사랑의 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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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요, 태클 거는 게 취미예요
저의 태클은 아주 깊고 강렬해서
한 번 걸려들면 누구도 피하지 못하죠
때론 정강이가 깨어지고 터져
걷기조차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전 과감하게 태클을 걸어요.
평소에 정강이가 깨어질 정도로
태클을 자주 거나 봐요
나같이 공을 잘 다룰 줄 모르는
선수에게도 태클을 걸 건 가요.
물론이죠, 물론이고 말고요
축구를 잘 못한다고 어디 선수가 아닌 가요
저는요, 골키퍼가 있건 없건
아니, 골키퍼가 있으면 골키퍼에게 직접
태클을 날릴 거예요
골키퍼가 죽나, 내가 죽나
어때요 저의 태클이 무섭지 않나요.
아뇨, 무섭기는커녕 기대가 큰데요
저두 태클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라서
이제 시시한 태클은 싫어요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우린, 우리는 이제부터예요
저의 태클이 당신을 무너뜨리든
당신이 능수능란한 발길질로
나의 정강이를 깨뜨리든
이제 게임이 시작되는 거예요. 딸꾹
이성규 시집 <혜화동에서는 금방 뜨거워진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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