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을 부는 바람은 어쩐 일인지
온통 황량함으로만 가슴에 와 닿습니다.
아프고 초라했던 추억마저도 하나, 하나
오히려 잃어버린 듯한 허전함으로
빈 가슴을 더욱 차겁게 비우고 갑니다.

겨울 속에선 그 무덥던 여름 하루
우리를 푸르게 했던 물빛 하늘조차도
마른 빛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결코 빛나지도 않았고
결코 동요되지도 않았던
차가운 마지막 당신의 눈동자처럼
결코 소리내어 웃지 않았던 당신의 웃음처럼
결코 다정하지도 않았던 내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아가게 하는 모든 우리의 슬픔입니다.

겨울 모퉁이에 서서 시린 발길을 따라
외면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어릿광대 같이 우스꽝스런 얼굴들이
얼음 발자국처럼 피어 있습니다.
그리고 더욱 아프게 얼어붙은 내 심장.
그리고 나를 위해서는
작은 몸짓하나 조차도 허용하지
않았던 당신의 그 오만한 아름다움.
우리의 세월은 겨울이었습니다.

샤넬 향수로 얼룩졌던 당신의 세월도
당신을 위해서 성모 마리아상에 기도를 거절하지 않아도
나의 세월은 모두 겨울이었습니다.

겨울 속에서는 모두가 돌아서 버립니다.
인사도 없이 가버린 당신처럼.
그러나 어쩌다 남아 있는 건
패잔병의 뒷모습 같은 아픈 기억 몇 개.
야릇한 전쟁 향수 같은 부질없는 미련 따위
아직도 용서 할 수 없는 가느다란 노여움의 줄기.
겨울 속에서는 다만 그 모든 것들도
그저 겨울일 뿐입니다.

주제:[(詩)사랑] s**i**님의 글, 작성일 : 2001-05-31 13:25 조회수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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