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XLII (42번 부제 - 그게 너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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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3. 밤 11:05 신월동 Bar Easy-Riders
아침마다 어딘지 모르지만
자꾸자꾸 나는 흘러가며 냇물이 되었지.
그 냇물 가에서 머리를 감아준 아이
그게 너였어.
저녁마다 왠지 모르지만
투덕투덕 쌓여 가며 나는 산이 되었지.
그 산허리에서 하늘을 향하던 아이
그게 너였어.
밤이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고즈넉이 앉아 밤안개가 되었지.
그 속에서 쉬어 가겠다며 다리를 토닥이던 아이
그게 너였어.
웬 복인지 모르지만
한낮이면 나는 자꾸만... 그래 자꾸만 나는 하늘이 되었지.
참 아름답다며 허무하게 바라보기만 했지만
실은 항상 내 시선에서 떠나지 않은 아이
그게 너였어.
바보라며 바보라며
한참을 중얼거리다가도 뚝 그치고 나면
바보라며 바보라며
또 한참을 그렇게 중얼거리게 한 아이
그게 너였어.
너무나 이기적이지 못하여
구제안되는 바보처럼 보이곤 했던 나
행복을 찾아, 그 가슴 아린 명제의 해답을 찾아 떠나는 길에
웃으며 어디 가냐고 매한가지로 발길을 잡는 아이
그게 너였어.
갖고 싶은 것은
사랑받으며 느끼는 행복보다는 사랑하므로 느끼는 행복.
그 천연덕스러운 순수한 정염의 덩어리
내 사랑의 종착지, 그게 너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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