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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화곡동 가는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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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5.밤 10:13. 화곡동 가는 129번 버스

그녀는 하루종일 햇빛을 받느라 지친
들녁의 벼포기처럼 고개를 숙인 채로,
그녀는 그늘에 싹을 감춘
한여름 찔레 순처럼 발그레 물든 뺨으로,
그녀는 밤하늘에 하얗게 박힌 보석처럼
새까만 눈동자로 웃으며,

그녀는 시원히 예쁜 이마를 드러내곤
가리지도 않는 앙증스러움으로,
그녀는 자기 등만큼이나 하는 가방을 메곤
하나 짐스러워하지 않는 여유스러움으로,
그녀는 살짜기 붙인 속눈썹을
예쁜 쌍커플로 속이는 뻔뻔스러움으로,

그녀는 오늘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129번 버스를 탔다.
50cm앞에서
오늘은 옆모습을 주로 보여주는
눈치가 빤한 그녀는
사슴같은 목에 밝은 홍조가 아름답다.

먼저 내리는 바보스러움,
자리양보를 잊지 않는 천진스러움,
내리면서 한번 더 돌아 보는 응큼함,
말한번 건네보지 못한 한심스러움,
그리고도 웃고 마는 구제불능 서른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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