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세요
까이의 사랑1-까이 17번째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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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함에 앞서 한마디.
까이의 사랑을 읽으시면서 많이 웃으셔도 좋습니다. 재미있는게 아니라면 비웃어도 좋구요. 애써서 가치를 찾아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편안하게 읽으셨음해요. 그리고 제가 그린 까이 그림이 있는데 보여드리고 싶군요. 하지만 여기선 방법이 없네요. 혹시 받고 싶은 분은 메일 보내시면 꼭 보내 드리겠습니다. 초보수준은 넘으니까 후회는 않하실꺼예요..



' 부릉부릉... 끼이이익~~'
" 야! 여우! 타!"
고운 털에 윤이 사르르르 흐르고 눈 고리가 살짝 올라간 여우가 실크 스카프에 가죽 핸드백으로 한 것 멋을 내었습니다.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힐끗 쳐다보고 한참을 있더니 가던 발걸음을 돌리고는 다가옵니다.
" 야! 까이! 너 뭐 믿고 까부니?"
" 왜 그래? 갑자기?"
까이가 놀라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해서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묻습니다.
" 너 달나산 이거 니꺼 랬지? 다 알아봤어. 랑이씨에게 판지 오~~래 되었다며? 그게 몇 백년도 더되었다지?"
" 니가 직장도 없이 빈둥거리는 거야 뭐 이 일대에 모르는 사람이 없고...."
아까 그 기세는 어디 가고 풀이 죽어 고개를 땅으로 푹 떨구었습니다.
" 그리고 정말 이말 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난 너 팔이 너무 짧아서 싫어. 터프까이? 터프한척 하면 다 터프가이니? 그 팔로 누가 때리면 막을 수나 있겠어? 너무 짧아서 말야!"
아래위를 훑으면서 콧방귀를 끼고는 다시 휙 돌아 총총히 가 버립니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일 줄 알았습니다. 정말 매번 당하지만 이렇게 매정하게 끝날 줄은 몰랐습니다. 빨간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서 더 빨갛게 되고 있습니다. 미야가 어떻게든 위로를 하려고 합니다.
-미야는 눈에 보일까 말까한 작은 개미입니다. 몇 년 전 곰의 발에 밟힐 뻔한 것을 까이가 구해 준 뒤로 까이의 귀에서 살고 있습니다.-
"참아. 까이야. 내가 뭐 랬니? 저런 애는 애초에 사귀지 말랬지?"
눈물을 글썽이던 까이는 슬프기도 했지만 자신에게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점점점 목소리가 커지면서 말을 합니다.
"정말 이번엔 사랑인줄 알았는데.......다른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고, 팔이 짧아서 싫다구?"
까이는 어릴 때부터 팔이 유난히 짧아서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터프까이라고 우기며 다니고 가죽 잠바며 손을 닿기도 힘든 오토바이를 그리 애써서 타고 다녔습니다. 그런 그의 가장 큰 컴플렉스를 다름 아닌 여자친구가 마지막 말로 까이에게 비수로 꼽은 것이죠. 이것이 17번째였습니다.
까이는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팔을 늘일 수는 없고......우리의 터프까이는 죽기로 작정한 것 같습니다. 미야의 간곡한 만류에도 아랑 곳 없이 정신이 나간 토끼마냥 달렸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토끼 금지 구역까지 가 버렸습니다. 그곳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토끼들은 절대 들어가지 못하도록 되어있는 바닷가였습니다. 마음이 찢어지는 듯 한 슬픔을 견디지 못한 것이겠지요.
그가 가장 아끼는 오토바이에서 내렸습니다. 울음에 충혈 된 눈으로 바라보더니 한번 쓰윽 쓰다듬었습니다. 그러고는 천천히 땅 끝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세상에 별 미련도 없습니다. 이 짧은 팔로 뭘 하겠습니까? 한번도 진정한 사랑을 못 받아 봤기에 여자를 17번이나 사귀는 바람둥이였습니다.
"나! 터프까이 자존심이 있지..."
벼랑에서 터프하게 뛰어내리려나봅니다. 미야가 달래도 보았다가 소리도 칩니다. 미야는 이미 짐작을 하고 있는가 봅니다.
"까이야! 참어 너 바다가 얼마나 깊고 찬 줄 아니? 게다가 엄청 짜. 짠물에 저려진 토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얘. 그깟 여우 때문에 니가 죽으면 너만 억울 하쟎니. "
미야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평소 때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껄껄 웃으며 받아 줄텐데 이번엔 정말 심각합니다. 눈물을 그 짧은 두 팔로 억지로 훔치더니 파랗게 퍼져있는 벼랑 끝 아찔한 바다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봅니다. 그리 즐겁지 않았던 많은 헤어짐 이제는 이력이 날 만도 한데 까이에겐 매번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낙이 없던 삶의 시간 시간들이 필름이 되어 돌아갑니다. 마지막으로 살아야할 어떤 이유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 다음 세상을 기약하자'
뛰어내리려고 눈을 꼭 감았습니다. 팔을 앞으로 뻗고 뛰어 내리려는 순간 마치 천사와도 같이 고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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