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아이 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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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대나무 숲엔 아직 바람이 차
그 바람 검푸른 칼잎에 사르르 베여
잔잔해진 햇살 시린 한낮
분이 혼자 조금은 심심해진 얼굴로
들로 나선다네
대바구리 허리춤 끼고 동무도 없이
봄나물 캐러 간다네
적요한 마른 들녘
매서운 솔개 한 마리
점점 작은 원을 그리며
검게 검게 엄습해 오면
화들짝 놀란 분이 풀잎에 코박고
낮디 낮게 더욱 낮게 엎드리어
병아리 앞가슴 하나 정도만큼
말랑해져 아예 투명한 흔적도 없이
엎드리면
젖무덤처럼 비릿하고 향그런 흙내음
겨우내 언 발 녹이는 훈훈한 입김
통통 튀어 오르는 맑은 풍금 음정
서울 간 엄마 품에서 선잠 깨인 듯
천천히 눈 뜬 부연 들녘으론
애달픈 막걸리에 노을빛 흥겨운 할머니가
호미 든 손 흔들려 흔들려
걸어 오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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