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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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삼월말, 이제 내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밤이 싫다. 거리를 걸을 때마다 칼날처럼 내 가슴을 에워 파는 차가움이 싫다. 여적지 느껴보지 못한 외로움이라는 것이 그 일을 거들었음에 틀림이 없기는 하지만 나는 이제 내 심장에서 얼음을 자르는 소리가 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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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을 연다. 밀폐된 공간 속에서 옷들이 출렁거리며 아우성이다. 어쩌면 내 이 벌거벗은 모습은 저 옷들을 걸치고 있는 옷걸이만도 못하다. 나는 이내 옷걸이가 된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나의 몸뚱아리에도 옷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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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켠다. 다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와서 토크쇼를 한다. 하지만 앙상하기만 하다. 우습다. 한 사람이 상소리 한 소리를 섞어서 오줌을 쏴 갈기면 다른 한사람이 낼름 받아다가 퇘-하고 뱉아준다.
옛날에 아버지가 침 뱉으면 비온다고 했는데,
여전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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