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골목을 나섭니다.
주소복사

아침 공기가 찹니다.
코끝을 스치는 느낌이
조금 시리면서도 맑고 신선합니다.
어깨 쪽으로 한기가 느껴져
두 손으로 팔꿈치 위쪽을 번갈아 문지르며
아침 골목을 나섭니다.
아직 꺼지지 않은 외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늦은 귀가 길을 비추고
이른 새벽 고단한 걸음을 비추었을 외등,
내내 그 자리에서
가을을 깊숙이 비추고 있었습니다.
겨울이 머지 않았습니다.
얼음이 얼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서리가 내렸다는 소식도 접했습니다.
이렇게 한해살이도 막바지 길을 걷고 있습니다.
세상살이가 뒤숭숭하고
아이들의 천진한 꿈조차 위협을 받는
강자들의 시간 속에서
나지막한 노래를 부르고
가슴 말을 이어가며
사람답게 걸어야 하는데
그렇게 꿈을 저버리지 말아야 하는데...
어쩌다 지나는 그 한사람을 위해
밤새도록 까만 시간을 비추었던
외등 같은 마음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른 새벽 하늘로
작은 새가 푸르르 날아갑니다.
잘못 들었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그 새는 아마 이렇게 말했던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0개의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