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V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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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 저녁 :12 화곡동 대림아파트 부근

아무도 모른다.
세상 속에 녹아있는 자기 그림자의 깊이를.
해처럼 다가와 주는 따스한 손길로
조금씩 허물어져 흙으로 돌아 가는
정신의 고요와 침묵과 허무를.

웃음으로 덮어
삼켜 누르는 무게감에 눌려
깊이를 더해가는 설움 덩이가
자꾸만 살아나 꿈에, 기억에
문득 문득 솟아나곤 하는 새,

기억을 버려도,
조각으로 잘라 버려도,
어디에고 뿌리를 내려
한동안 참았다 다시 또 살아나며,

사진에 박혀 나온 모습 마저도
내 모습이 아니라 고개 돌리어 외면하는
철저한 비난의 덩어리에
결국 설움은 깊이를 더해
행복에 겨운 껍데기 안에서 고치를 튼다.

수난의 깊이는 발치에 내리 뻗은 그리움의 깊이.
마음은 또한 제 맘대로 갈 곳을 정하는 새,
우리는 불덩이 하나 가슴에 삭이며
웃으며 그렇게 시를 써간다.
우리는 스스로 시인이 되어 간다.

설움과 그리움을 위안하며 우리는 솔직히
가릴 수 없는 손바닥 만한 하늘에 고백하며
매일 매일 깨끗하게 다시 태어나, 껍데기로 살아나,
신앙고백을 먹고 살며 시인이 되어 간다.

마음을 안쓰러워 하며,
순수한 그리움과 사랑을 생각하며,
조금씩 자라는 양의 털을 쓰다듬으며,
상처에 약을 바르며,
시인으로 살기를 자처하며,
담배 연기를 혐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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