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아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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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래
물아래 사람들
죽지 못해 산답니다.
마지못해 산답니다.
잠이라야 자는 둥 마는 둥
벌판 같은 교실바닥
숨막히는 차 속에서
또 비밀 천막 속에서
몸 눅눅히 적신 체
누른 물에 잠긴 삶터
차라리 흔적 없이 쓸어나 가버리지
누더기 같이 남아 삶을 더 지치게 만드는구나
썩는 냄새 숨 멎게 하고
역겨운 물비린내가 오장을 뒤집는다.
망연 자실
그저 망연 자실
심약한 어느 한 삶은 끝내 목매다니
산 자의 가슴 찢어진다
어진 삶들은
뻘 밭 가운데 서서
밥알 모래 씹듯 삼키고
아무 요량 없이
잡히는 대로 치우고 닦고 씻어본다
삶의 체취 묻어있기에
행여 성한 게 있을까 싶어서
이를 삶이 있기에
여기 저기서 달여온 인정이 있기에
그래도 살아볼 만한 세상이기에
저승 보담 이승이 낫다 길래
여기 아래
물아래 사람들
하늘에다 원망하고
나라님께 삿대질도 해 가면서
모질게도 산답니다
2002. .
김해 한림정 수해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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