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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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비올듯 흐리기만 하다.
창밖으로 바람부는 소리가 요란하다.
모든 것들이 눈이 오기 위한 준비였나보다.
시린 눈이 내렸다. 잠깐......
부산에서는 보기 어려운 눈이라 그런지 잠깐 내린 눈도 시리게 보인다.
창문을 다 닫아놓았는데 어디에선가 자꾸 바람이 들어온다.
자판을 치는 손가락끝 사이로, 의자와 내 등의 틈사이로
몇가닥의 바람이 장난을 친다.
어디서 들어오는지 아무리 둘러봐도 알 수가 없다.

이런 날은 우울하다.
무거워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그런 하늘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이렇게 추운 날은 우울하다.
성냥팔이 소녀가 남의 집 창문을 넘겨다보는 것 같은....
아무도 없는 깜깜한 거리에서
홀로 켜진 가로등 밑에 겨우 몸하나 밝히고 서 있는 것 같은.....
나는 성냥팔이 소녀가 되어보지도,
가로등 아래 홀로 서보지도 않았으면서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된다.

또다시 바람소리가 세차게 울린다.
폐허가 된 도시에 서 있는 듯하다.
모든 것이 어둠과 흐림에 제 색을 잃고 회색빛으로 바뀌었다.
추위는 회색빛인가 보다.

회색빛......
그래서 우울한 지도 모르겠다.
정지된 화면....
회색으로 물들어버린 사람은 모두 정지된 시간 속으로 빠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뒤돌아 보지 말랬음에도 불구하고 뒤돌아 보고야 만,
그 자리에서 돌이 되어버린 사람...... 그 허망한 표정의 석상...
세상에서 오로지 한가지만을 소원했으나 외면당해버린 사람들은
석상의 시간 속으로 빠져버렸다.
나의 시선을 요술안경을 쓴듯 그렇게 우울한 세상의 구석구석만을 가려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렇다.

나...... 나는 언제나 3인칭 관찰자다.
나는 세상에 있지도 아니하며 석상으로 굳어진 그들 속에 있지도 않다.
그저 나는 나일 뿐이다.
그저 한컷한컷 사진찍듯 바라보는 관찰자일 뿐이다.
텅빈 영화관에서 혼자 관람하는 관람객과 같은...

나의 우울을 세상에 떠맡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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