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주소복사

한 모금씩 비우면서
라다오에서 흐르는
슬픈 이별 이야기를 듣는다
미치 그 이야기가 내 것처럼
한 모금 한 모금
줄어드는
맥주에 내 슬픔을 키워간다
창 밖으로 스며드는
가로등불
그 아래 고개 숙인 채로 걸어가는 사람들
달 빛 조차 없는 거리를
빛 잃은 나방이 가로등을 향해 가듯
그들은 지친 하루에 끝에서
그 어딘 가로 자신을 이끈다
내 맥주 한 잔도
이제 그 끝을 드러낸다
그리고 더 이상 슬픈 이야기가
들리지 않을 때쯤
난 꽉 채워진 내 잔을
내 슬픔의 잔을 뒤로하고
달 빛 조차 없는 거리로
내 발길을 인도한다
사라지는 쓸쓸한 뒷모습만을
남기고
알 수 없는 내일로 떠나간다
0개의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