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우는 사람
주소복사

꽃이 핀다
꽃을 피우는 사람의 손끝에서도
꽃이 핀다
천지 가득히 고이는
가늠조차 무색한 자연의 음악도
모두 꽃을 피우는 사람
그 넓은 가슴속에서 열리고
진실로 꽃을 사랑하는 마음의
기름진 대지로부터
훈훈한 나비떼와 함께
계절은 날아든다
꽃 한송이 피우는 일도
격정으로 몰아쳐 온 하나의 인생처럼
아무렇게나는 아니다
맑은 영혼의 샘물이 고인듯한
깊은 눈망울이
피고 지는 인생을 자각한
윤회의 거울이 되고
마침내 계절의 문이 닫히며
천상의 모든 거울이
산산히 깨어진 조각 조각으로
흩어져 내리는 날
가슴속 한자락 빛줄기로 옴지락 거리는
생명의 소실점으로부터 영원의 씨앗이 싹트며
그 속으로 고이 고이 접어 넣은
삶의 껍데기들이
다시 하나의 기다림으로 눈을뜨는
불멸의 줄기가 되듯이
그렇게 꽃을 피우던 사람이
꽃이 되고
그렇게 피어난 꽃이
대지가 되고
그렇게 펼쳐지는 대지가
인간이 되는
돌고 도는 생명의 울타리를 치는
꽃 피우는 사람의 인생처럼
꽃 한송이 피우는 일도
아무렇게나는 아니다
0개의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