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원(悲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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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겉옷을 벗을 때,
그 어딘가에 있을 서러운 이에게
자유로이 날아가 그 곁에 깃내리고
라일락향 맘껏 마실 수 있는 수양버들이고자 합니다.
비도 접근치 못할 큼직한 품도 갖고,
그 안에 허름한 벤치 하나 들여 놓으렵니다.
하늘도 가득 들일 수 있는 호수를 간은 당신은
찻잔을 들고 쪽빛 무늬 창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제 손짓에 스치는 시선을 주지만
은전 물결에 취해 사는 당신 눈에는 보이지 않을 겁니다.
보이지만 볼 수 없는 거지요.
당신을 위한 콘체르토는 의미없는 간지러움일 될 테고,
정열의 몸짓 또한 당신 눈을 어지럽히기만 할 테죠.
보여도 보이는 것이 아니겠지요.
가끔 제 품 한 켠에 자리잡고 단잠 이루면,
바람꽃 걸러내어 그대 살결에 감기 우고
그대 깨어나,
산등마루 설운 태양의 붉은 눈자위를 보고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다면,
초록 머리칼 추슬러 눈물을 닦아 드려야 하지요.
오늘도 당신을 나를 잊었지만
나는 당신 곁에 있습니다.
시린 호수 위를 별빛이 무사히 건너가면
당신의 추억은 사그라지고, 나 또 한 지워지지만,
내일이 와도
나는 당신 곁에만 서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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