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서화 3 - 이별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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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려 할 즈음
그녀도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했었어.
우리가 각자 사랑을 지니고 있었고,
우린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았지만
각자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난 나만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야.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도 평벙했는데,
하지만 난 그녀를 무척 가까이 대하였고,
그녀도 날 가깝게 생각했어.
그러던 어느 날, 나와 그녀와 그녀의 친구.
그녀의 남자친구는 날 무척 아끼려 했었고,
동시에 그녀를 사랑하기를 원했지.
그녀가 원하는 건 간직할만한 추억이였어.
내가 원하는 건 소중한 경험이였고,
우린 너무 어린 시절을 그렇게 지내왔는지 몰라.
(2)
뚜벅뚜벅 친구가 되고픈 발자국 소리.
한때는 그것이 소중한 것인지 몰랐어.
옛날... 꾸벅꾸벅 졸음이 밀려오는 시절.
난 추억에 대한 동경을 사랑했을 뿐
진정한 사랑과 우정에 메말랐는지 몰라
사실 나의 이기적인 마음은
운명이라는 것이 닻을 내리기 전에
이미 운명 속에 갖혀 있었는지 몰라
이별.... 그리고 후회가 다가오는...
넌 내게 짧은 이야기를 전해주었지.
우리 슬퍼하지 말고 기도하자.
기도가 무어냐고 물으면
간절함이 맞닿아 있는 것이라며
우리 삶이 맹세하는 것처럼
우리의 앞날을 굳세게 살아가자고...
(3)
그때 난 내 닻이 내려진
어둠의 간격이 얼마나 깊은지 몰랐지...
막연한 친구와의 이별을 생각했을까?
내 위선의 탈을 말할 수 없는 건
순수함을 부끄러워했던 것인지.
그러나 모든 것은
허영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누군가 내 닻에 다가오면
난 더욱 부정해버리며 아파하는 걸.
내 닻이 끊기는 것을 두려워했기에...
그래서 누군가 다가서면 돌아서지.
하지만 난 너무나 아파했는데,
그런 마음도 허영이 아닌가 느낀 건
내 닻에 갖혀 쓸쓸했던,
울고있던 최근의 어느 날이였지.
()
그런 그가 그녀를 사랑하게 될 즈음
그녀도 그를 사랑하게 되었던거야.
어느 날 우린 낮선 시에 같은 공감을 지녔고
어느 익숙한 노랫말을 느껴보았어.
우린 너무 바보같이 살아가지는 않느냐고.
그리고 가슴과 가슴에 손가락을 걸었지.
각자 다른 가슴과 사랑을 지녔지만
내가 그 때 내민 손가락은 이것이였어.
우리 아무 갈길도 없는 모습으로
이대로 하루를 마지막처럼 걷자라고...
하지만 유년이 지난 어느 날
막연히 허무함이 나를 누르는 건
기대가 컸던 어린 꿈이였기 때문일까.
그런 작은 만남에 의지하고 돌아서면
언제나 후회와 밤센 눈물이였어.
(5)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몰랐던거야.
그와 나는 막연히 서로를 바라보았고,
어느 저녁 미대 앞 호수에서
그녀는 술에 취해 울고 있었어.
우린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았지만
각자 아무말도 않았어.
애타게 눈물저어 본 이들은 알지.
자신의 미래와 함께
기다리고 기도하는 것은 결국
얼마나 간절하게 가슴을 저려주는지.
그것이 어른이 되는 길인걸...
어느 덧 나도 사랑을 추구하기보다
가장하는 것에 더 바빠서
그것을 추억이라 이름지었는지 모른다.
만남이란 우연의 가면을 두르고
각자의 만족에 서로를 상하게 하는 걸....
()
그녀가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두려운 마음에 하나 둘 씩 가리고
다른 허영인 양 옷을 입히는
잘못된 슬픔으로, 막 찾아온 대학시절
나의 가슴은 하나의 위선이였지...
그래, 슬픔을 돌아본다면
그것은 나의 기쁨에서 비롯된거야.
잊어버리기엔 젊은 나날로
눈물짓기엔 너무 많은 나날로
언제까지나 만족할 수 없는 나.
수많은 사람들이 새겨져도
결국 어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빈 가슴으로, 나란 - 나의 존재란....
자신을 만족하지 못한 채 타인을 사랑하겠다는
우린 가식 속에서 서로를 속여왔는지.
(7)
친구도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우리는 그저 다시 마주보고 말았어.
하지만 내가 먼저 그를 외면하였고,
그런 그를 그녀가 외면하였고,
결국 남은 것은 나와 그녀뿐...
예전에는 사그락 넘어가는 일기장에서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흐뭇해하는 꿈을 꾸고 있었지.
그러나 가슴 속 떨리는 절임으로
미치도록 답답한 끌썽이는 아쉬움으로
더 훗날.... 이런 슬픔마저 그리워지면
그 땐... 이런 그리움을 고백할 수 있을지
항상 다시서는 것은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떠오르는 그리움으로 타고 내리는
그녀와 나는 처음과는 다른 그저 어색한 친구.
()
친구는 멋적은 양 웃고 떠났고,
나는 그녀에게 소리없이 말하곤 하지.
기도하는 것을 알겠느냐고.
만남이 나의 의지였는가.
이별이 나의 의지였는가.
결국 인연이란,
목적없는 종점의 여행에서 타고 내리는
너와 나의 이야기가 아니였는가.
만남이라는 순수한 기쁨 곁에는
누군가와의 사랑이란 준비가 남겨져 있지.
그래서 그녀가 그토록 울었나보다.
막연히 알고 있었지.
삶이란 영혼이 갈구하는 꿈이란 것을
날 사랑하고 날 이끌어가야 하는 걸...
모두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9)
이제 극히 작은 사랑을 시작했을 뿐인데
그 작은 것을 담기에도
내 작은 가슴이 벅차 넘치는 걸.
너무 많은 걸 숨겨놓았기 때문일까.
하나씩 버려가며 살아가야 하는 걸.
막연한 동경 속으로
얼마나 많은 허영이 꿈 속에 녹아
나는 과연 순수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가슴을 지녔는지.
순수 또한 무지라고 말한다면 어떨지...
진정 방황했던 이야기들에 대해
모두 이야기하지만 못했지만,
스스로 달라진 가슴을 달래고 있어.
친구는 날 외면하고 떠나갔지만
역시 무언가를 담고 살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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