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사랑해 LXIV (4번, 선물)
copy url주소복사
사랑해 LXIV(번,선물)

2001.11.17. 2:5 수원→영등포 무궁화호

당신이 잠을 깨어
뜬금 없이 웃어 준 날은
하늘이 무척이나 맑습니다.

당신의 두 팔이
기지개를 켜고 가슴을 쓸어 안으면
그 하늘 푸르기까지 합니다.

당신이 아침 식사에
맛난 김치찌개와 고등어 구이를 준비하면
유달리 세상에 미소가 많이 번집니다.

당신이 에스쁘레소 한 잔에 물든 눈으로
가을을 접어 두었던 책갈피를 적시면
시간을 주섬주섬 추스려 껍질 속에 담은 은행나무는
거리에 노란 낙엽을 도독히 덮습니다.

한 때,
우리는 여름을 노래하였고,
아낌 없이 세상을 어루어 주던 태양을 흠뻑 받으며
무르익으라, 성숙하라
들판이며, 우리들 자신에게 축복을 선사하였습니다.
고로, 매일의 일과는 우리에게 행복이며,
나는, 시간이 지나, 길어 가는 그림자 끄트머리에 점을 찍어
"여기까지가 일상에 속한" 우리의 계절의 표현이라 정의하였습니다.

사랑을 하도록 할애받은 시간,
당신은, 지난 시절에도 그러했듯이
변함 없는 웃음으 하루에 동화되어,
내 기억 속의 하늘들에게 다리를 놓아 줍니다.

이제 눈부심을 버리고 또렷이,
하루하루 내 마음에 각인되는 당신을
내 생애를 두고서 사랑하고자 합니다.

여름과 가을 사이는
참으로 긴 시간이었습니다.

0개의 댓글
책갈피 책갈피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