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신의 낡은 오두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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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의 낡은 오두막입니다
활짝 열어 젖힌 가슴으로
달빛 거두어
그리움 사윌 때까지 멱을 감는
난 당신의 낡은 오두막입니다
하지만 외롭지 않습니다
또 다시 당신이
주인이 되어
손수 불 밝히게 될 날이 오리란 걸
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풀벌레 소리 들끓는 이 밤
빈 방 가득 가을이 드러누웠습니다
귀에 익은 숨소리로 신열(身熱)을 올리며
밤새 앓는 소리를 해댑니다
그래도 난 아프지 않습니다
마치 당신의 낡은 신 두 짝
내 앞에 가지런히 놓인 것처럼
밤새 어두운 마당을 쓸고 또 쓸어 내고
언제쯤 오시려는지요
새로운 바람이 이 몸을 스쳐
잔 상채기로 숨어들 즈음
출렁이는 세월의 살진 속살을 안고
당신 돌아오시려는지요
오늘도 난 이렇게 멱을 감습니다
닫힐 줄 모르는 작은 가슴엔
실바람에 베여 아물다 만 그리운 사선들
행여 당신 오시다 그냥 갈까 봐
멀리서도 이 몸 보일 수 있게
쏟아지는 달빛에 온몸을 적셔
이렇게 환히 멱을 감습니다
당신 어디쯤 오고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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