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빈대떡을 부쳐 주십시오
주소복사

어머니 빈대떡을 부쳐 주십시오
신 김치 잘게 썰어
밀가루 반죽에 슬쩍 넣고
쪽파에 부추, 호박에 다진 고기까지
한 국자 걸쭉히 담아
지글지글 퍼트리면 쏴아--
기다림에 지친 방울방울
수다스런 소낙비가 됩니다
넓적하게 퍼지며 꼬돌 꼬돌해지는
주홍빛 김치 빈대떡
깨 뿌려진 간장에 덤벙 찍어
슬며시 들어올리면
기름 향조차 나를 감싸고
입안엔 어느새 그득한 설렘이
오늘 같은 날이면
집게 손을 만들어 주욱 쭉 찢어 먹고픈
어머니의 김치 빈대떡
환한 밤 다섯 식구
단란히 둘러앉아 일상을 풀어놓고서
근심을 후후 불고 웃음 한 조각 입에 물면
군침이 연방 입안 가득
어우렁더우렁 행복을 우물우물
남은 손은 또 다른 빈대떡이 되어
두 눈 꼭 감은 기억의 소매를 잡아끕니다
냄새도 맛도 그리움이 되어버린
어머니가 부쳐주신 김치 빈대떡
우중충한 창 밖 저곳으로 허연 비라도 올라치면
여지없이 떠오르는 뜨끈뜨끈한 김치 빈대떡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자던
구성진 노랫가락이 살갑게 귓전에 다가와
정겨움으로 피어오릅니다
씹는 느낌이 있습니다
풍기는 냄새가 있습니다
담겨진 사랑이 있습니다
그 모두가 그리운 내게
어머니 빈대떡을 부쳐 주십시오
지금은 속으로만 씹어 맛보고 넘겨야 할 사랑을
뜨끈하게 한 대여섯장 부쳐 주십시오
0개의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