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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사랑해 LVIII (씁?,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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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LVIII (5번, 씨앗)

2001.7.. 저녁 :50. 수원 → 가리봉 전철

강가에서 네가 아직 씨앗인 동안
나는 구름처럼 일어나는 그리움으로
엄한 사랑을 키우느라 여념 없었다.

넓은 세상 돌아 돌아 바다로 치닫는 중에도
네게서 이파리 돋고
모가지에 푸른 힘 돋궈지는 줄 알지 못했다.

하늘을 마주하여 쓸어 안고
그 파란 색을 입어 하늘이 되어,
구름이 되어, 한 점 물방울로 고여
세상을 향한 미친 듯한 낙하에 몸을 맏기었을 때에도,

네 굳건한 믿음과 떨림으로 반응하는 사랑이
나의 추락을 그처럼 충돌로 저지하였음에도,
나는 네가, 이미 씨앗 아님을 채 깨닫지 못하였다.

나는 참으로 바보였다.
참으로,
참으로,
내게로 온 너를 몰랐던 나는 바보였다.

깨달음이 내게 발걸음 허락하여
이제사 격벽을 뚫고 들판을 바라본다.

나무가 뿌리내려 물 맑아지듯
너는 푸른 잎과 날씬한 줄기 뽐내며 나를 가둔다.
네 안에 한 방울 방울로 쪼개어
옴짝달싹하지 못하도록 나를 가둔다.

네 안에 잠드는 내 의식을 탓하지 않으마.
평화와 안녕을 구하는 내 게으름을 용인하마.
이제 씨앗이기를 거부하는 너의 당당함에
나는 감동하고 또 감동한다.
나로 인하여 자라는 너였지만,
너로 인하여 승화되는 나 또한 이제는 사랑을 담으마.
네 안에서 씨앗이 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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