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LVII (씁?,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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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7.2.저녁:23. 수원→가리봉 전철
네가 다녀간 곳에 새겨진
다소곳이 발개진 자욱 하나.
그리움으로 피멍이 든
내 가슴 열꽃인 줄 알았다.
진달래를 따다가
찌짐에 얹은 듯 그렇게,
먹음직스런 내 사랑은
세월에 조금씩 잠식당하고 있었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
계절은 서너번 지나가고,
진한 호흡을 내어 뱉던 밤이
점점이 얼굴에 아로새겨진 꽃은
말 없이도 아침이면 솟아 오르는
환희의 태양처럼,
밤이면 떠오르는 상심의 달처럼
하늘에 무수한 자욱을 남기며
느리게 느리게 여행을 지속했다.
땅 속에 뿌리박힌 나의 발치를 뒤로 하고
짧은 만남, 혹은 해후를 놓아 둔채로
이별을 그리 쉽게 고하는 너를 위해
나는 사그러지는 한숨에 이파리를 떨며,
순전히 내 살점 뜯으며,
네 그리움 자양분 삼아,
또 무수한 시간을 점으로 새기며 살아야 한다.
생의 한 가운데에서
우리는 의식 있는 순간 순간 삶을 증명해야 한다.
또한 나는 꽃잎 화려한 날을 꿈꾸며
기다림을 위해, 애증을 위해 그렇게 살아야 한다.
꽃이라면,
분홍의, 잔혹한 그리움의 열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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