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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LI (없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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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LI (51번)

2001.5.2. 저녁 7:5. 방화동 가는 5호선 전철. 실사가던 중.

잠드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시간이 가는 것을 이제는
하루해 지나는 것으로 다 인식하지 못하고,
계절의 흐름으로 얼핏 알 듯 말 듯.

손톱만큼 또 지나간 덧없는 그리움의 시간에
스멀스멀 내 발목을 잠기우고,
나는 새벽까지 그대를 향한 그리움에 뒤척이다 지쳐
낮이나, 혹은 오전에
버스에서, 전철에서 등받이에 기대어,
편치 않은 샛잠을 자곤 합니다.

내 나이를 잡아 먹으며,
다시 또 나이를 싸질러 대는,
그리움이라는 벌레는,
이제는 내게 잠이라는 짐을 지워
고치기 힘든 만성, 고질병, 사랑을 옮겨 버립니다.

사랑이라 하여,
딱히 특별히 더 할 즐거움도 없을 건인데,
마냥 포기하지 못하고 나는
나를 잊었을 그대의 기억에
온 몸을 옭죄는 고통스런 그리움에,
그 금단같은 허깨비 방망이질에
떠 오르는 온갖 기대와 기억을 외면하며
보통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듭니다.

사랑은 중독,
그 위험한 손짓에 감염된 이후 줄곧,
그대를 사랑하지 아니한 적이 없었습니다.

나를 잊은 그대,
어느날 그대 발에 채이는 돌맹이 하나
유달리 동그랗거든,
잊었던, 잊고 싶었던 기억을 담은
먼 곳에서 온 전령이라 생각하길.

그대가 내 가슴에서 두근거리던 시절에는
오직 즐겁고 감동으로 가득한 기억들만
차곡차곡 아래로 내려앉아
내 마음에 단단한 알맹이로 자리잡아
세상을 웃으며 살아갈 작은 위안,
그대의 모습이 되어 주었습니다.

지금,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나는
새벽을 사랑하지 못하고,
아침을 노래하지 못하는
벙어리같은 입으로 그대의 이름을 부릅니다.

세월이 가도
오로지 추억, 그 이상의 제목이 되어 주소서.
습관이 된 내 손짓,
그대를 부릅니다.
습관이 된 손짓,
그대 사랑을 갈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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