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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XLVII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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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XLVII (아픔)

2001..21. 새벽 2:30. 신월동에서.

별이라고 속여도 믿을 수 있던 사람아.
꿈이라고 속여도 믿어버리고픈 사랑아.
아침이 오면 허무하게 스러지는 어둠의 그림자처럼
다가와 가슴 한켠을 채워준 한때의 영광은
사랑이라는 말을 굳게 굳게 다문 입으로 뚝뚝 떨군다.

단 한번 본 모습만으로 가슴이 설레인 사람아.
그대의 눈이 다른 곳만 쳐다봐도 좋았던 사랑아.
느릿 느릿 좀체 움직일 줄 모르던 겁장이 늘보처럼
그마음 자랑스럽게도 꼼짝 않고 줄기에 매달려
우정이라는 핑계로 궂이, 궂이 거부하며 등돌려 떨림만 전한다.

그대와 사랑을 하려
오랜 시간의 침묵과,
기나긴 미소와,
갖은 향기와,
형형 색색의 장미를 준비한 걸.

침묵으로 다가섬을 알리고,
미소로 따스한 본심을 알리고,
향기로 그대를 위한 내 마음의 온갖 조화를 뽐내고,
장미로 정성스레 사랑을 고백하려 마음 먹은 걸.

그대의 눈이 나를 보고 있다면
그런대로 그대의 이마와 눈썹을 주시할 것이며,
그대가 돌아서 내게 등을 보인다면
역시 그런대로 그대의 어깨와 허리를 주시할 것이며,
그대가 가버리고 없다면
어쩔 수없이 사랑해버린 그대의 향기에 주목할 것이다.

허락받지 않은 사랑으로 혹여
그대의 발치에서 내가 죽어가는 패랭이 꽃이 된다해도,
시인으로서 감히 사랑을 하였으니
그 죄는 벗지 못할 영어의 굴레.

사랑한다는 것은 해방을 전제로 한 혁혁한 투쟁.
그대가 나의 사랑으로 해방되기를 소망하나,
목마른 내 손짓마저 버림받은 지금
그대를 사랑하는 나는 크나큰 죄인.

그대의 모습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나,
월이 한창인 때23꽃의 들판에서
이별을 말하는 그대의 입술이 너무나 미웁구나.
인연은 흘러 가버리고 마는 것.
그 고리에 매어달려 나는 너무나 긴 춤사위를 추는구나.
인연은 제발 가라.
사랑을 전제로 하지 않는 극악무도한 인연은 이제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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