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를 보내겠습니다.
주소복사

작은 시를 보내겠습니다.
시는 작지만
시보다 큰 것이
이 세상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함께했던 세월의 흐름이
꽃밭 가득한 봄의 정원으로
생명처럼 단장한
작은 시를 보내겠습니다.
작은 씨를 보내겠습니다.
씨는 작지만
씨보다 큰 것이
이 세상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나의 씨앗이 땅을 고르게 하고
홍수를 막고 맛좋은 열매를 주듯이
하늘을 맑히고
머물 곳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듯이
작은 씨를 보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안에는
어여쁘게 작고
위대하게 큰 사랑으로
당신과 내게 품어지는
아름다운 것이 있습니다.
장미의 운명
꽃이 떨어지는
운명이 있어
장미는 아름답습니다.
간밤 비에
져버린 이파리는
흙으로 덮어지고
가까이서 창문을 열면
맑은 햇살이 이슬에 잠기어
꽃잎 속에 망울로
숨어집니다.
비가 내리면
숨을 쉬는 아기처럼
비는 잠들며
장미의 보석으로 박혀집니다.
장미의 아름다움은
장미만의 운명으로 살아지고
내님의 입술처럼 붉던 꽃잎이
한결씩 세월로 져버림도
장미만의 운명으로 사라집니다.
차 한잔의 失心
한모금의 茶를 삼키며
풍겨지는 옅은 고독의 香
떠올려진 맑은 잔의
여울진 얼굴들이
하나 둘 연기수로 찻잔에서
사라지고, 흐려지고 하며
또한 목음을 삼킨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전등은
맛있게 익은 달의 볼을 닮았어.
부드러이 만져질 것 같은
지난날의 사랑같이
차마 잡히지는 않는다.
초대
이름을 모르겠는데
내게 알려주시겠습니까.
나는 자주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쉽게 잊곤 했지만
당신이라면 그럴 수는 없을 겁니다.
멀리서도 보았고
가까이에서도 보았습니다.
당신이 나를 모를 때에라도
내가 당신을 모를 때에라도
함께 하기를 바랬습니다.
저녁을 아직 못했다면
저와 같이 먹지 않겠습니까.
물론 지금은 해가 남겨진
오후이지만요.
다짐
창가에 비치던 별이
이제는 사라졌음으로
남은 삶을 재어보았습니다.
어둡고도 깊은 터널을 지나듯
멀고 힘겨운 이 여행이 끝나면
그대의 손을 잡을 것입니다.
가는 길에 아라비아의 사장에 들려
반지 하나를 사
그대의 손가락에 끼우겠습니다.
그리고 참아왔던 만큼
고독했던 눈을 감고
그대를 안을 것입니다.
죽음보다도 강한 운명
죽음보다도 강한 운명이 있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은
죽음보다 강한 운명을 가지고
죽음 앞에 길들여진 삶은 있을지라도
죽음 앞에 마주하는 사랑도 있다.
남겨진 자의 몫
언제나 그러했습니다.
상처만을 주고 떠나버리는
어쩌면 그 상처의 흔적이
삶을 지탱할 미력한 힘으로나마
남겨지기도 하지만
무척이나 사랑한다고
말하기가 겁 많던 사람은
운명을 비켜나간
큐피트의 실수처럼
슬픈 전설로 남겨집니다.
기다림의 몫은
남겨진 자의 고독으로
인생을 반추하며
오늘도 힘겨웠던 하루를 보냅니다.
0개의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