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곁에 머물고 싶었습니다.
주소복사

구태여 억지를 바랄 순 없지요.
사랑한다고
사랑역시도 운명을 벗어날 순 없는데
그것이 약속이라고
감추어 넘어가려는
애쓰는 마음이 안쓰럽기까지
그대 곁에 머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지우겠습니다.
지나친 옛일에 영혼을 묶고
스스로를 잊으며 살아야했습니다.
여기까지만 우리 함께 할 수 있는 길이었기에
그대 이제 슬프다고 내게 말하지 마십시오.
나는 이제 괴로웁지 않습니다.
그대 가신 것은 내게서 떠나신 것입니다.
그대가 먼저 버리신 인연이기에
그러기에 나 역시
그대에게서 돌아서야만 합니다.
이젠 옛일이 되어버렸다
이젠 옛일이 되어버렸다
낙엽이 날아가듯
바람에 묻혀 실렸는지
그렇게 쉽게만 살고 싶진 않았는데
그렇게 쉽게 보내고 싶진 않았는데
아쉬움은 갖지 말라는
친구의 간단한 충고로
주머니에서 털어버렸다
툭 툭
날려버린 감상들
우습다고 웃지 않는 것은
미력한 자신에 대한 예의였을까
이젠 옛일이 되어버렸다.
우리 행복도 하세나
비겁이 뭔지 아나
후회란 걸 하게 되지
돌이킬 수 있었던 그때를 생각하며
살음으로써
의식적으로 비하(卑下)하는
어리석음의 누(淚)를 삼키며
우리 행복도 하세나
아직 살아있음에
벼랑의 아래를 보며
벼랑처럼 버린 마음
흩어짐의 끝에서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서있었다.
떨어진 눈물은
가슴으로 젖어들고
웃어보았다.
웃어보았지.
그렇게 해가 지고
그렇게 달도 지고
그렇게 살수 있더군.
그것을 알지
사랑을 하게 되면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되면
그것을 알지
세상에선 알 수없을
아포리즘의 환희
끝
秋
가을
가난하지 못한
무겁지 않은 시월의 가을이야
장난이 무어야
어린애 같아
그런 짓은 이제 싫어
조용해야해
얘기할 것은 많은데
아무것도 못하네.
가을이야
행복해야할
지금은 가을이야
억새꽃 핀 들녘
밤이 익숙해진다.
달이 보이고
달이 흐려지고
달이 다 질 때 까지
가을이야
스쳐가는 비가
마음을 닦아 주네
가을이야
기다리지 않던 가을이
이렇게 또 왔는걸.
네가 떠나갔던
가을
시월의 가을이야
가을
가을
가렸던 속살을 보이고
진실히 고독한 영혼처럼
무어로 다시 태어날까.
나무들은 벌써
익은 열매를 내어주고
가렸던 푸른 원피스마저
한결씩 벗어버리곤
욕심마저 숙여든다.
풀이 산이 내(川)가
풍성함이 사그라진
가난하기만한 가을
살아감의 거짓
그래서
하나의 껍질을 벗고
나무가 커가듯
자신을 보호하던
알을 깨야만
새가 하늘을 날듯
변하지 못하는 것이
나는 무척이나 서운하다.
낙서를 그치지 못하는
인간의 손은
오늘도 초록의 칠판에
하얀 분필로
거짓을 기록하고
그것이 진실이 되는 세상에
나 살고 있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아니 못하는
터질 것 같은 머리
숨조차 끊겨
죽을 듯만 하다.
겨울을 깨라
한사람이 떠나갔지요.
눈발 하나 없는데
찬바람이 불어옵니다.
겨울은 춥습니다.
긴 숨을 쉬니
하얗게 마음이 날아가 버렸어요.
해바끼고 새로운 날들이 와도
변하지 않는 겨울은
마음을 날려버렸습니다.
햇살이 내려와
도란도란 쬐이는
개나리들처럼
얼굴을 내맡긴 채
겨울을 벗고 싶습니다.
한줄기의 풀이 돋아나고서야
겨울이 깨어지듯이
스스로만 지키는 겨울에
마음의 신경으로 핏기가 흐르고
녹아버린 겨울의 물줄기를
가슴으로 흘려보내렵니다.
나의 길
친구가 친구를 버릴 때
내일을 잊어라.
소중히 간직했던 옛일의 날들
인생을 반살은 나이되어
너는 참 바쁜가보다
하루가
그리고 숫한 날들이
삶은 우리를 올가매고
너의 출세를 바라며
지난날만 되내이는 나는
느려진 발걸음에
나를 쫓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너무나 많이도
너의 뒤를 밟는 사람들을 보며
나의 길은
좋은 길이 못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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