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조용한 기적
copy url주소복사
먼 곳으로부터


먼 곳으로부터
그가 모르는 곳에서 사는 것처럼
고달픈 것이 또 있을까요
얼마의 참음과 안타까움들
숨막히는 그리움을
오늘도 외면해야 했습니다.
높은 산에 올라
그곳을 바라보며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이렇게 산다는 것은
차마 삶일 수도 없습니다.
운명처럼 나뉘어
숨소리만을 들으며 살아가야한들
우리에게 남겨진 것이 무엇입니까
그로 인하여
나는 매일 죽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인생의 도중


가야할 곳이 있다는 것은
외로운 이에게
가끔씩 봄꽃 같은 힘이 되어주곤 한다.
만나야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기다림은 그치지 못하고
시인이 시를 쓰는 것처럼
지상에는 없을 행복만 같이
삶을 지탱토록 한다.
늘 같은 모습으로 사는 것 같으나
세월이 흘러가듯
인생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세상엔 많은 이들이 있고
만나야할 누군가도 있음으로
감겨진 눈을 떠본다.



사랑의 신비


너무나도 그를 원합니다.
아무것도 생각지 못하는
이 몹쓸 사랑 앞에
못난 사내가
마음을 채우지 못해
쉽게도 부서져버림은
약속 이었던가 봅니다.
사랑 이었던가 봅니다.
그렇게 예쁘지도 못한 세상이
좋게만 보이는
그대의 눈망울은
참으로 신비입니다.



마지막이 아니란 것이


지난여름 바닷가에는
파도소리 듣는 것만으로 좋았다.
남겨두고 온 사람이
마음속에 가득하기에
더욱 좋았다.
기타를 팅기며
별을 팅겼다.
차거위진 모래가루에
맨몸으로 누워보니
부드러운 감촉에
마음마저 가벼워진다.
조용히 하늘을 보면
별이 떨어진다.
바다 속 저곳으로
사라지는 별을 보며
마지막이 아니란 것이
이렇게도 기쁜 것이다.



사랑하고만 싶다.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가 저물어갈 때
생명이 시작되고
생명이 사라지고
사랑이 스며들며
사랑이 메말라갈 때
또 다른 것을 기대하는 것은
사랑이 아님을
지금 내 앞에 선 삶이여
여린 인생이여
나뭇가지에서
나뭇잎이 떨어져
바람에 실려
땅으로 닿는 순간까지
사랑하고만 싶다.



그것만을 알뿐이었다.


모든 것에서 떠나
무언가 찾을 것도 없었지만
아마도
나를 찾기를 원했는지도
막연한 내일의 기다림은
현실과 같이 실없기만 하다.
결코 우연을 바랄 순 없었다.
그것만을 알뿐이었다.



엽서


사랑하는 이여
아주 쉬운 말로
그대에게
엽서를 띄우겠습니다.
펼쳐진 나의 마음을
철새의 발에 묶어
보내드리지요
지금
창문을 열어보아요
그가 창을 두두릴지도 모르잖아요.



너의 무덤가에서


누군가를 위해
죽어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다
어려울 듯 하지만
혼자 사는 이에게
부담은 극히 덜하다
무거운 세상을 어깨에 매고
남은 삶을 지탱할 수 있다는
너무도 이른 이 말을
나는 삭혀야만 했다.
살아가는 것만으로
우리는 대단한 사람들
모든 것이 순간에 끝나지 못하고
너무나도 깊은
뜨거운 고통의 순환이
눈물을 떨어뜨리고야만다.
나와 함께하는 삶이
너와 함께했던 삶이
얼마나 슬픈지
얼마나 슬픈지
마음,
마음이 아프다






참으려 했는데
언제나
마지막의 붓을 놓으면
주체할 수 없게
분노가 일어 오른다.
괴롭고, 괴로워하고, 괴로워해야 했다.
잡혀진 붓이
물통위에 빠져지기 전에
나의 그림을
편안히 볼 수가 있다면



조용한 기적


사람에게 하나님은
그리움을 느끼게 하셨습니다.
그러기에 그리움은
신에 대한 향수인지도 모릅니다.
그리움은 사랑을 품에 안고
사랑은 하나의 힘처럼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가도록 지켜줍니다.
그리움은 단순한 그리움이 아닙니다.
하나님과 사랑입니다.
지금 그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은
조용한 기적입니다.



고향언덕에서


하늘과 맞닿은 평원
기찻길 옆 어느 농가의 여름은
포도송이로 익어간다.

파릇파릇
가득한 전나무의 언어는
바람,
멀리서 보이는 교회 십자가와
하늘로 울리는 종소리에
두 눈을 감는다.

햇빛 가득했던 풀밭에
비님께서 옷자락을 적시면
그러면
하늘 한번 치켜보고
그냥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진한 풀내움 꽃향에
의식을 잃어
눈을 감으면
평원으로
천사들이 날아간다.

0개의 댓글
책갈피 책갈피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