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지향 사랑이야기...
주소복사

나는 믿을수가 없었다.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난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녀의 죽음을.. 믿지 않으려 했기때문에.
"야..이거 가짜 아니냐? 어디서 샀는데?
너 또 길가 리어카에서 산거 아냐? 벌써 색이 다 바랬잖아."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날 쿡쿡 찔렀다.
"야..말해봐..이거 사이비 은반지 아냐?"
난 바보처럼 웃기만 하다가,"그래 2천원줬다..어쩔래?
임마 그래두 나니까 너한테 이런거 사다 바치지.
나 아니면 누가 너한테 이런거 주기나 한대?"
"뭐?"
한바탕 웃고 떠들고..그녀와 함께한 시간들은 늘 웃음이 있었고 나를 기쁘게 했었다.
언젠가 그녀는 나에게 오렌지 하나를 주었고 나는 그 보답이라는 핑계로, 사실은 그녀를 좋아한단 고백을 하기위해그녀에게 반지를..그 은빛 싸구려 반지를 선물했었다.
반지..라는 선물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는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 반지를 받아주었다. 그때 내가 얼마나 기뻤었는지.
지금도 잊지못한다..그때를 그녀는 유난스레 오렌지를 좋아했고 제철도 아닌데 서둘러 나온 비싼 오렌지도 그녀는 자주, 즐겨 사먹곤 했었다. 난 그런 그녀에게 장난스레..부르주아 라며 놀려댔고 그녀는 좋은걸 어떡하냐..면서 난처한 표정을 짓곤 했다.
오렌지..은빛..빛바랜 반지...
나는 그녀의 갑작스런 죽음에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믿을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게..시간이 흘러갔다.
그녀의 죽음..나에겐 너무나 큰 상처로 남아 평생동안 그 자국을 남길것만 같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잊지 않기위해 난 애를 써야만 하기도 했다.
낭떠러지 끝에서 간신히 뭔가를 붙잡고 있는 사람이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고 지쳐서..
자신도 모르게 그 줄을 놓아버리려는 것처럼 나는 그녀의 기억에 지쳐 갔다.
그렇게..한해가 지나가고 있었다.
새롭게 새학기가 시작되고 우리는 3학년이 되었다.
그날은 신입생 환영회가 있는 날이었다.
2학년들의 배려로 우린 2학년들과 함께 1학년들을 만나게 되었다.
2학년들은 나름대로 선배 티를 내며 앉아 있었고 3학년들은 그저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한명씩 돌아가며 소개를 했다. 3학년이 먼저하고 다음 2학년 그다음이 1학년..이런 순이었다. 딱딱한 대면식이 끝나자 뒤풀이,소위말하는 2차가 시작 됐고 술이 몇 바퀴 돌자 분위기는 금새 시끌벅적 친숙해졌다.
술이 좀 과하다 싶더니 내 옆에 앉은 1학년짜리 하나가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으..으...욱!!"
그 애는 내 옷에 일을 저질러버렸다.
이거참..
모진놈 옆에 앉으면 벼락맞는다더니 자릴 잘못앉았군.
그애는 계속해서 구역질을 해댔고 1학년 몇명이 나에게 죄송하다고 꾸벅거리며 그앨 데리고 나갔다.
난 아무렇지도 않은듯 웃옷을 벗었다. 이건 닦아서 될 문제가 아닌듯 싶었는지 2학년들은 내앞에서 1학년들을 호되게 나무랐다.
난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괜히 민망스럽고 1학년 애들한테 미안했다.
1학년들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표정 으로 엄청 쫄아있었다.
"괜찮으니까 그애 오면 괜찮다구 말하구.
뭐..술자리에 있다보면..그럴수도 있는 거야 괜찮아"
난 웃으며 말했지만.. 그 어색한 분위기는 어쩔수가 없었다.
다음날,
왠 여자애 하나가 강의실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누구..신데요..?
"어제"
"아~~"
난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는데 이 아인 무척 미안해하고 있었다.
"괜찮다구 어제 얘기했는데 괜찮아.."
"저기 어제 너무 죄송해서요 정말.."
그아인.. 어느새 울먹거리고 있었다..
정말 나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니..아니..괜찮다니까..신경쓸거 없어."
"정말 죄송해요 저기 그래서"
그애는 눈물을 닦으면서 주머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너무나 낯이 익은 그 행동..주머니속에 손을 집어넣어..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뭔가를 꺼내던 그녀의 얼굴이 문득 떠오른건 왜 일까.
오렌지.
그애가 꺼낸건 예전에 그녀가 꺼내보이던 오렌지, 그것이었다.
"...이거...오다가 ..하나 샀어요..
제철이 아니라서..좀 비싸긴 했지만 선배님께 너무 죄송해서 드릴려구요 받아...주실거죠?"
유치한 아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내가 눈물을 그녀....그녀가 지금 있는 그 곳엔..오렌지가 있을까 그녀에게 주고 싶다 만날수만 있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저기..저기 죄송해요 으아앙~~~! "
이런 젠장..이 아인 도대체 정신연령이 어떻게 되는거야? 짜증스러웠다 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괜찮다니까 이거 주는 거니까 고맙게 받을께 너무 신경쓰지마 오렌지 고맙다."
그 아인 언제 울었냐는 듯이 환하게 웃었다.
빌어먹을 왜 자꾸 그녀얼굴이 생각나는 걸까.
나는 하루종일 주머니속에 있는 오렌지를 만지작거렸다.
언젠가처럼 그녀가 내 눈앞에 나타나 오렌지값 내놓으라고 장난스레 날 다그칠것 같았다 그럼 난 또다시 그 싸구려 은반질 사줄텐데...
난 학교앞을 내려가다 여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있는 것을 보았다 목걸이며 귀걸이며 반지며 하는 것들을 파는 리어카가 와 있는 모양이었다. 나도 모르게 발길이 그 쪽으로 향했다.그리곤 그때처럼 그날 처럼 은반지를 샀다, 난 내 주머니속에 든 오렌지와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버스에 올랐다.다음날 난 구내식당에서 그 애와 다시 마주쳤고 그앤 또 울먹거리고 있었다.
"..무슨..일 있니..?"
"예..선배님...저 반지 잃어버렸어요...
어디서 찾죠..? "
잃어버렸으면 그만이지..어디서 어떻게 찾냐..
바보같은 아이다...
"찾기 힘들지.. 담부턴 조심해라.."
난 덤덤하게 말하고는 돌아섰다 잠시후..도서관 복도에서 난 자판기밑에 떨어진 반지 하나를 보았다. 빛바랜 은반지 너무나 눈에 익은 것이었다.
난 나도 모르게 그 반지를 주웠다.
"어.선배님..또 뵙네요" 뒤에서 그 아이 목소리가 들렸다.
"야.이거 니꺼 아니니?"
"어! 맞어요..이거..어디서 찾았어요?
고마워요..선배님."
그 아인 팔짝팔짝 뛰며 좋아했다.
그 바람에 그 아이손에 쥐어졌던 비닐봉지가 떨어져 내용물이 와르르 바닥으로 굴렀다. 오렌지였다.
"야..임마..오렌지..다 떨어져.."
그애와 나는 도서관 복도에 앉아서 오렌지를 줍느라 정신이 없었다.
"담부턴 반지 안 잃어버리게 조심해 알았지? "
"네! 고마워요 선배님..정말..고마워요"
그애는 팔짝팔짝 뛰며 나를 뒤로한채 도서관밖으로 사라져갔다.
우연일까..
아니면..
그녀가 다시 내게로 오는걸까.
바보같은 생각이 내 머릴 스치고 지나갔다. 난 그뒤로 우연처럼 자꾸만 그애와 마주쳤고 그때마다 뭔가 사건이 하나씩 터지곤 했다.
알게 모르게 그렇게 자주 만나다 보니 어느새 그앤 나에게 다가오려했고 난 두려웠다.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정확히는 말할수 없지만 일종의 두려움같은 거였다.
그애에 대해 내가 느끼는건 그앤 나에게 가까이 다가서려 했지만,난 나도 모를 마음의 벽으로 그앨 힘들게 했다. 나 자신을 타일렀다.착한 그앨 힘들게 해선 안된다고 마음의 문을 열어보라고 그렇게 나 자신에게 타일렀고 노력했다.
그앤 그걸 알아채고는 기뻐했다.
나 역시 나의 노력이 성공적인 것임을 머지않아 깨닫고는 기뻤다. 그앤 내가 다시 마음의 문을 열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려주었다. 조금도 나를 원망하거나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았다. 내 마음의 문이 열린걸 알았는지 그앤 나에게 조심스레 다가와 내 곁에 머물렀다. 그렇게 우린 남들이 말하는 캠퍼스 커플이 되었고..졸업을 하고 3년이 지나 우리는 결혼을 약속했다. 어느날 그애는 자신의 부모님께 인사시키겠다며 자기 집으로 저녁 초대를 했다. 나는 흔쾌히 승낙하고 초대에 응했다. 어느정도의 예의를 갖춘 복장으로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그애의 집은 생각보다 부유했다. 그 높은 담이 조금은 나를 짓눌렀지만,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들어섰다.
"누구세요?" 그 애 목소리였다.
"나야."
"어.선배..벌써 왔내요? 잠깐만" 곧이어 문이 열렸다
부모님은 좋으신분 같았다. 나에게 호감을 갖고 얘길 하셨고,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셨다. 그애가 대강 말씀을 드려놓았는지,내가 결혼얘기를 꺼냈을때 그리 놀라는 기색은 아니셨다. 당장 허락하신다는 말씀은 안하셨지만,부모님의 말씀하시는 분위기로 보아,승낙하신것 같았다. "아빠..이제 면접 끝났으면 저랑 오빠랑 얘기좀 할래요
괜찮죠?" 그앤 나를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선배. 제방 첨 보죠? 어때요?" 그애의 방엔 오렌지 향기가 가득했다.
"너.. 오렌지 무진장 좋아하나 보구나.? 방이 온통 오렌지 향기니.."
난 그애의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이방이..원래 저희 언니방이었거든요.
언니가 오렌지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서 이방엔 항상 오렌지 향기가 가득하죠..
저두 언니땜에 오렌질 좋아해요.아참..제가 말씀 안드렸었죠?
저희 언니얘기요...
몇 년전에 언니가 교통사고루 제가 고등학교 다닐땐가 그때..언니가 죽었어요 언닌 참 이뻤어요 오렌질 정말 좋아했죠 언젠가 언니랑 밤새워 얘길 한적이 있었는데..
내가 물었었죠..언니한테 언닌 이 세상에서 뭐가 제일 소중하냐구 그랬더니. 언닌 우습게두 오렌지라구 대답했어요 그러더니 금방 아니라구 하면서 정답을 정정했죠.
이 반지래요 제가 끼고 있는 이거요.
언니가 사랑하던 사람이 선물해준거라던데..
언닌 그때 농담삼아 내가 죽거든..이거 니가 간직해줘 하구 말했었거든요 그리구 얼마후에 사고가 나서 전 그때 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 반질 끼고 다녔어요..
가끔 언니가 보고 싶을땐 이 반지를 보면서 언니 생각을 하죠"
그앤 말끝을 흐리며...울음을 터뜨렸다.
난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어떤 말을 내가 할수 있을까..
그녀의 얼굴이 다시 내 눈앞에 다가왔다. 그녀는 웃고 있는것 같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갑자기 미칠것 처럼..그녀가 보고 싶어졌다 왜 일까.
왜.
헤어날수 없는 늪에 빠져버린 기분이었다.
나는 울고 있는 그앨 안았다.
"....울지마....울지마.
난.....니곁을 떠나지 않을테니까.."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울지마
울지마.
난 영원히 니곁에 있을거야..영원히..
어디선가..바람이 불어와 열려진 창문사이로 들어왔다
고마워...고마워......이제 난 떠날께..
이젠 더 이상 너의 곁에 머물수가 없게 됐어..
시간이 됐거든...떠날 시간이 고마웠어.정말 잘못들은 것일까.
바람소리 뿐인데 난 내 귀를 의심했다. 그녀의 목소리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더이상 아무것도 난 들을수 없었다.
"오빠 고마워요 정말"
그애의 눈엔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난 아무말 없이 그앨 다시 안았다.
또 한번의 바람소리와 함께 창문이 닫겨 버렸다.이젠 그녀가 가버린걸까...
잘가..잘가 내 마음을 기억해 줘.
널 사랑했었던 그 마음을 다음세상에서 널 만나면 내가 꼭 널 지켜줄테니.
아무 걱정말고..편히 잠들어. 난 소리없이..울었다..
그리고 내마음속에 꽁꽁 묶어두었던..지난날의 그녀를 이제 ..놓아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녀에게.. 날개를....달아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자유롭게 이젠 날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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