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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사랑해 XXXI (시인의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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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15. 밤 11:10 송정역 장승과 벅수

창마다 조금 열어 놓은 듯 통풍이 좋은 창에
님의 달빛 고운 뺨을 모시고자 합니다.
설풋 그늘로 멋지게 단장을 한 거실이
생각보다 시원스러울 것입니다.

님의 눈빛을 불러 세워
돌보기를 한동안 게을리한 언어를 친구로 삼아
나 잠시 없을 때라도 어디 딴데 가지 않도록
귀 밑에서 피어 나는 봄 향기로 단장하여
뜨락에 이야기를 기르겠습니다.

포시시 웃음처럼 자라나는
별의 이야기와, 해의 뚱딴지와, 풀의 소근거림과,
간혹 찾아 오는 풍뎅이의 허풍,
그 우거진 수풀을 헤치는
님의 별빛을 초대하여
간혹 잊고 있던 산책을 나서렵니다.

수도꼭지를 틀듯 쏟아지는 달빛의 폭포수는
님의 고운 향기를 자칫 지치게 할까.
나는 님 걸음 옮기는 복도며, 뜰이며,
다소곳한 별빛을 내린 융단길로 살피렵니다.

해는 기껏 제 얼굴보다 밝지 못하며,
달은 그 큰 낯에 부끄러워 한 번 웃지도 못하며,
님의 눈빛은 나를 사로잡아 주변을 캄캄한 암흑으로 만들며,
다만 별빛은 무수히 웃어 주며 점점히 박히어
한밤의 수줍은 님을 감싸 세상을 밝힙니다.

나는 님의 집에,
때때로 찾아 나설 산책길 별빛을 남기고,
사랑이며, 바람이며, 달이며, 그리움이며,
풀잎이며, 행복이며, 그늘이며,
님의 발치를 채색할 물감의 천지로,
안식처이며, 보금자리이며,
마음의 거실로 삼아 사랑을 새기렵니다.

시의 세상으로 나올때,
님께서 다만
솔직한 그리움으로 내게 머물때,
나는 님을 위한 집을 지으렵니다.

사랑은 시를 위하여,
시는 님을 위하여,
님은 세상을 사랑하는 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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