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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사랑해 XXVIII (성숙한 사랑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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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10. 오후3:35 청량리 전철역 부근에서.

사랑이 보여 주는 거짓 향기를
아직껏 꽃향기 속에서도 고집스레 입고 있는 나는
잠이 덜 깬듯 춘곤증에 시달리며
입을 옷을 결정하지 못했다.

밖을 돌아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틈에 끼여
뻔뻔스레 쓸려다닐 준비를 하느라
미처 뒤따라 올 지난 이별의 후유증을 생각하지도 못한채로
마냥 봄이라며 들떠 뛰어 다니기 바쁘다.

새로운 사랑으로,
지나간 기대와 흔적을 얼마나 덮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차분히 의식의 심연에 앉아 정좌하여
갖은 흥분과 몹쓸 허풍으로부터 해탈해야 할 것을,
기껏 봄에 취해 훌쩍 웃자라난 덩굴마냥
겁 없이 휘청거린다.

진실은 얼마나 사랑을 위안하는지,
미소는 얼마나 기대를 충족하는지,
게다가 진심은 얼마나 값어치 있는지.

나는 아직도 봄이라 치면
꽃도 피고, 나비도 날고,
모든 여인네들이 배시시 웃는 어여쁜 소녀가 되는
노란 세상을 연상하는
열 일곱짜리 철부지 소년같다.

사랑을 다시금 시작해야 하는,
사람으로 태어난 운명을 따라가는 끝없는 쳇바퀴같은 삶은
철 나고서 여인네를 그리워하기 시작한지
무려 열 몇번의 봄을 맞이하면서
덧없이 익숙해져만 간다.

웃음 한번에 웃음 한번,
웃음 두번에 웃음 두번,
웃음 세번에 외면 한번...

사랑은 웃음과 외면 사이에서
봄에 힘입어 용기를 내어
내 본래의 존재로부터 자꾸만 멀어지는
치명적인 성장을 되풀이한다.

생명의 끈으로 묶어 놓기를 다행스레,
나는 봄으로 인하여 생명력을 되찾아야 할 것을
자꾸만 조금씩 스러져간다.
기껏 여름이 되어야나 겨울로부터 벗어나려는지,
사랑은 그래도 해야 하는 것인지,
언제쯤이나 나다운 사랑에 눈을 뜨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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