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XXIV
주소복사

12시가 넘은 한밤중의 술맛에는
유독 고요와 긴장과 추억이라는 양념이 얹혀진다.
한밤이 주는 덧없는 휴식을 담보로
나는 값어치 없는 소음과 온갖 짜증을 안주로 삼아
맥주 한잔을 들이킨다.
추억이나 각종 배부른 기억에 빠져들만 할 때쯤
옆자리 술취한 미스박은
피식거리는 코웃음으로 내 긴장에 일침을 놓는다.
맥주가 한 잔이면 이천원.
이천원짜리 내 추억.
고요함을 돗자리삼아
거칠은 등을 부비는 그대와의 대화는
겨울도 지나고, 봄도, 여름도,
또 가을도 지나 이제 또 새로운 겨울에
한참을 추워 죽었다 살아나 여기 앉은 내 엉덩이에
볼펜만한 가시가 되어 굿세게 버팅긴다.
젠장, 너는 언제 오려는지.
옆자리 미스박은 열받았다며 주정인데
내 사랑아, 너는 대체 언제나 다시금 오려는지.
밤이 아직 깊지 않았다고
골골대며 우기는 주정꾼 듬성듬성한 술집에서
네게 주고 남은 반쪽 심장으로
내가 이렇게 버팅기는데.
풀그늘이나,
달빛 커튼사이 같은 고상한데 숨지 말고,
내 가슴에도 말고,
오직 내 눈앞에,
내 손끝에 따뜻한 체온 덩이로 살아 와 주길.
너를 사랑하는 것이
숙명인지, 운명인지.
몹쓸 습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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