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XX (도시인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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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이 하얀 도시에서
나는 하얀색은 정작 멀리한 채,
푸르거나, 혹은 회색끼가 도는 책상에 앉아 있다.
제 색깔을 갖추고자 그렇게 노력했던 시간들이
하찮은 한숨 몇 번에 날아가고,
지금 남아 곁에 있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권태...
어떤 이는 사랑을 찾는 과정이라며,
어떤 이는 보람을 찾는 수단이라며,
또 어떤 이는 뭐 그리 가리는 것이 많냐며...
해가 아직 지지 않은 오후5시 30분,
환한 그늘 속에 뚜렷이 박힌
건물이며 콘크리트 더미들 속에
한 쪼가리로 나타나는 한강 등줄기.
나는 퇴근하면 또다시
출근을 위하여 기운을 아낀 채로
누군가를 바삐 만나고,
영화를 본다든지 책을 산다든지 하며
하룻 저녁의 생을 마감할 것이다.
내일 살아 내 모습을 하고서 이 자리에 있을 그에게
지금의 사랑과 회상과 그늘과 행복과
그리고 조금씩 짙어가는 도시의 색깔을 전해주고 싶다.
내일 그는 그 나름대로 간악한 주말의 사탕발림 속에
그래, 그런 대로 또 행복하길...
나는 오늘 죽어 내일이면 다시 살아 유령처럼 삶의 고갯길에서
취하여 비틀대며 기나긴 인생의 한 자락 여운을 안주 삼을 것이다.
잃어버리기 쉬운 나에게
그래도 찾아가는 한가지 방향은
사랑...
딱히 정한 것은 아니나,
그런 만큼 그것은 거대하게 다가온다.
사랑은 저물어 가는 도시의 반대쪽 그늘을 위안하며
거대하게 나를 덥쳐 온다.
내 조각 같은 사랑,
작은 쪼가리 같은 가여운 사랑,
스쳐 지나가길 한 두 번, 마주치는 날은 언제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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