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XIX(눈꽃에 담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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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자고나면
창가에 향기로 깨어나는 꽃이 가득했습니다.
여름에는 자고나면
열꽃으로 따사로운 햇빛이 반가웠습니다.
가을에는 자고나면
가지에 걸리어 나를 기다려 준 마지막 잎새가 반가웠습니다.
지금, 겨울은, 자고나면
마음 속에 담그어 가두어 두고픈
눈꽃으로 연 필름 한 컷이 있습니다.
겨울은
우리에게 크나큰 시련을 주지만,
우리는 시련 속에서 다시금
세상을 용서하는,
그리고 사랑으로 채색하는
흰 눈으로 하여 잠을 깹니다.
사랑이라 자신하며 가득 채웠던
기억으로 무거운 가슴을
저 그림을 담느라 탈탈 털어 먼지 하나 남지 않은 채로,
지난날 그 희고 흰 배경을 뒤로하고
환하게 웃던 당신의 웃음을 용서합니다.
나는, 사랑을 담았던 가슴에
지금 또 사랑을 담아,
눈으로 가득한 세상을 담아
이제 겨울을 사랑합니다.
겨울을 사랑하여 계절에 흠뻑 젖어듭니다.
당신은 가고,
사랑은 내 가슴에 가득합니다.
지금 살아있는 내게 찾아와 준,
이계절의 한가운데에서 나를 기꺼이 찾아와 준
손톱만한 고집쟁이로 하여
나는, 당신이 없어도 이제 사랑으로 가득합니다.
그대는 이제 나의 사랑으로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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