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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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농위
선반엔 빨간 구두가 한켤레 올려져 있습니다.
아버지가 뭍에 가시며 사오신
빨간 리본이 달려 있고
발목에는 똑딱이 단추가 달려있는..
아버지의 술취한 얼굴 만큼이나
빨간 구두를

그러나
나는 신을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도 신발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팠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나를 위해 마당위
대나무를 엮어
꽃밭을 만드셨습니다.
채송화꽃 봉숭화 꽃
그리고 돌 담장위엔
나팔꽃을 엮어 놓았습니다.

내가 누운 방안에서
바라볼수 있도록...
아스피린 대신
꽃향기를 맡을수 있도록

나는
장농위에 빨간 구두를 싣고 싶었습니다.
그 빨간구두를 싣고 뛰어 다니고 싶었습니다.
나는
창백한 내 손톱위에
봉숭화 물을 들이고 싶었습니다.
파랗게 앙증맞은 조리를 들고
가는 물줄기 흩날리며
채송화 꽃에 물을 주고 싶었습니다.

나는
기도 하였습니다.
내가 건강한 아이가 될수 있도록 해달라고...

내가 세상밖에 발을 딛던날
아버지는 그 빨간 구두를 꺼내놓으셨습니다.
언제 닦아는지 먼지하나 없는 구두는
내 발에 꼭 맞았습니다.

아버지는
일부러 몇해 후에 신을수 있는 신발을..
해가 가도 그자리 무성하게 피어나는
꽃들로만 꽃밭을...
내게 주셨습니다.

내게
내게 희망을 주시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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