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붉은 수수, 순수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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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01. 저녁 7:5 신월동 생활관에서

사랑을 갈구하느라 고갈된
표현, 언어, 상념.

네가 낳지는 않았으나,
너로 인하여 태어난 나는
네 품에서 자라지 못하여
훌쩍 키만 커버린 수수대처럼
머리 풀어 바람을 탄다.

상상 속의 들풀은 말라버린지 오래.
가을에는 높게 지나가는 열풍,
그보다 목마르게 하는 겨울,
낮게 훑어 가는 북풍...

수확을 체념한 붉은 수숫대는
꽃가루 하나 날려보낼 줄 모르는 채로
그냥 서서 푸석한 시체가 되어 버렸다.

나는, 너를 위한 사랑 한 방울
뿌리에 머금은 채로
새롭게 사랑에 목을 매어
잠을 재운 분신에 만족한다.

너를 표현하는 나의 존재와 의식.
그 값어치 없음은...

사랑에 목마른 목구멍은
절규에 지쳐 실핏줄 일어나
드디어는 피를 토하여 붉은 수술이 된다.

네 이름을 기억하고자 하나
나는 붉은 수수.
머리 풀어 너를 부르는 나는 핏빛 순수.

기억나는 이름이라곤 오로지
사랑 하나뿐이구나.
겨울을 넘기다 바람에 쓰러진 나를 보면
내 심장이 말라버려,
그대 심장이 메어오는 까닭에
기나긴 겨울을 넘었다고 생각해주길...
사랑해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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