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3-
주소복사

아주 어두웠을 때,
네가 아무말 없이 찾아와서
밖에는 지금 첫 눈이 오니까 옷 두둑히 입고 나와.
갈 데가 있어.
정말로 날 위해 이렇게 찾아 온 거니.
첫 눈이 오면 만나자고 해서
그냥 흘러 들었는데
진정으로 날 위하는 마음이
하늘 가득 저 첫 눈처럼
포근하게 전해온다.
신발을 여미고서 일어서려는데
다시금 머리를 숙이고 매듭 지어진 운동화를
꼼꼼히 살펴주었지.
장갑을 한 짝씩 끼고
공원 벤취를 돌아서 버스 정류장으로
한 걸음 한걸음 조심하며
내려 갔다.
눈발은 더욱 거세어졌지만
보드라운 발자욱은 움푹 움푹
많아진 이야기를 쌓이게 한다.
길게 드리워진 지하철을 타고 끝 없이
휘황찬란한 빛의 세계에 잠시
초대되어 나란히 가고 있다.
또 다른 새 신발을 신고
돌아오는 그 길목에서
첫 눈은 더 없이 휑뎅그렁한 눈 그림자가 되어
자꾸만 깊은 눈물을 싸늘하게
흩날리는 설녀가 된다.
0개의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