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인을 위하여 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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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은 언제나 봄입니다.
추운 겨울날에도
참꽃빛 화사함으로 다가와
내 가슴을 데우는 당신.
내 가슴속에는 지금
참꽃이 한창 피고 있습니다.
2
당신은 항상 나를 따라 다닙니다.
강가에 서면 당신은
한 소절의 노래가 되어 흘러가고
언덕에 오르면 한 송이의
들꽃이 되어 웃고 있습니다.
당신은 내가 가는 곳에
언제나 먼저 와 있습니다.
3
이 황량한 세상에
이 절망의 땅에서
내가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 앞에서만은
세상의 근심을 떨쳐버리고
어린 아이의 눈을 가진
소년이고 싶습니다.
사랑은 함께한 시간보다는
그리워한 시간만큼
빛이 납니다.
나의 여인이여,
나는 오늘도 당신을 향한
그리움의 시간을 꿰어
진주목걸이를 만듭니다.
5
내가 당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작습니다.
편지를 쓴다거나,
창가에 서서 당신을 생각한다거나,
당신을 위해서 기도를 하는
아주 작은 일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일들이
내게는 가장 큰 행복입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당신은 내 눈안에서
눈물이 되어 버리고
눈이 오는 날에는
당신은 내 마음속에서
추억이 되어 버립니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당신은 더 큰 바람이 되어
나를 흔들어 놓습니다.
당신의 나의 삶입니다.
7
내가 세상의 부조리를 욕하며
투쟁의 전선에 섰을 때도
당신은 조용히 나를 지켜보며
내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있었습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세상을 바라보자고
맑은 웃음을 짓던 당신.
당신은 사랑입니다.
내가 단 한편의 시를 쓴다면
당신을 위한 시를 쓰고 싶습니다.
내가 단 한점의 그림을 그린다면
당신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내 생애가 단 한번 뿐이라면
그것도 당신을 위한 삶이고 싶습니다.
무엇을 하든 가장 소중한 것은
당신을 위해 준비하고 싶습니다.
9
때로는 당신이 무척이나 밉습니다.
내게 그리움의 병을 주고
불면의 밤을 주신
당신이 정말 밉습니다.
언제나 당신의 향기에 취해
잠들 수가 있나요?
다가설 수 없는 그리움은
안개꽃으로 피어나는데.
10
세월이 흐른 뒤
내가 생을 마감하는 날에도
나는 당신을 참꽃빛 소녀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때도
연보라빛 사연으로 피어나는
라일락 향기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나의 영원한 소녀여!
* 참꽃은 진달래의 경상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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