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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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풍경은 이미 오래 전에 어두워졌지만
이제는 내가 있는 자리까지 어두워진다.
외딴 변두리 그녀의 집에서, 낯선 풍경과 함께
전기 장판에 발가락이 나오는 이불을 덮고,
바람이 잘 통하는 방에 함께 누워 있다가는
갑자기 그녀를 데리고 뛰쳐나와 향하던 포장마차가 있다.
그 포장마차에서 소주 1병을 시키고
안주로는 꼼장어 1접시를 시킨다.
항시 소주가 먼저 나오고 그 후 소주잔이 빌 무렵이면
꼼장어가 발갛게 양념이 되어 불에 구워져서 손앞에 등장되어지고,
그럴라치면 나는 그녀와 함께 얼른 집어서 치워 버린다.
맨 처음 그녀는 꼼장어가 징그럽다며 먹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한 번 맛을 보고 나더니만,
이제 포장마차 앞에만 서 있어도 꼼장어를 사달래는 것이다.
그녀와 함께 술을 마실 때에는 특이한 격식이 있다.
소주병에 있는 두꺼비를 제거하는 것이다.
소주병에 붙어 있는 상표에는
두꺼비가 동그랗게 그려진 부분이 있다.
그녀와 나는 항시 라이터나 동전으로
그 두꺼비를 긁어내고는 술을 마시곤 했다.
그래야만 술에 취하지 않는다면서.
한잔 두잔... 한병, 그리고 한병 더. 역시 두꺼비를 베껴 내고...
그렇게 술이 사라지면
그녀와 나는 다시금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현관을 들어서자
난로 위에 얹어 놓았던 대야에서 물끓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아주 잘 되었다며 머리를 감아야겠다고 한다.
나는 무슨 다 저녁에 머리를 감냐며 핀잔을 주고는
통풍 좋은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러면 그녀는 따라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는 머리를 감으러 나간다.
그 때, 나는 천정을 감상키 위해 어렵게 머리를 땅으로 가져가지만
천정은 한곳에 정착하기가 싫었음인지
정처 없이 벵벵 돌기만 한다.
그렇게 우두커니 혼자서 어지러운 천정을 달래고 있노라면
그녀는 내 머리맡으로 다가와
화장품을 앞에 놓고는 무엔가 하곤 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내 곁에 나란히 누워 천정을 감상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항시 베개 위에 수건을 펼쳐 놓고는
그 위에 머리를 대었다.
아마 머리를 말리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잠시 후, 내가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그녀의 산발하고 촉촉한 머리카락을 느끼고 있노라면,
어느 사이 그녀의 시선도 나를 향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아주 작은 터치로 나에게 키스해 주었다.
그러다가 그녀와 나는 꼭 끌어안고는 잠이 들곤 했다.
다음날 그녀가 맞춰 놓은 자명종이 푸념 섞인 괴성을 지르기까지.
그리고 아침이 되면
낯설은 기분으로 서로의 갈 길을 향해 바삐 사라져 가고는
다음번 만날 시간을 정하려고도 않는다.
그녀의 방에서 매번 그녀와 나는 키스를 하는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한 건
그녀의 불룩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는
감미롭게 잦아드는 그녀의 심장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그녀의 향기를 맡는 것 다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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