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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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지막 인사는 골목에서 해야 한다.
오늘 하루가 몇 번씩이나 깜빡이다 가로등 불빛처럼 흩어진다.
가로등 불빛만이 꺼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새 밤은 꺼지고 아침이 속살을 파고든 흔적이 남은 방안에서
나는 자기 전에 그 슬픈 순간의 음악을 떠올린다.
나는 타이타닉의 불멸의 연인들을 가슴 깊숙하게 떠올려 본다.
그리고는 창문을 열어 젖힌다.
이 새벽 나는 조용한 음악보다는 요란한 전자음이 필요하다.
2
음악은 나를 달래려 한다.
연신 욕을 해대며 나를 질책하려 한다.
그러자 밤은 불면이라는 숙제를 안기고 여전히 아침에도 머무른다.
그럴수록 벌레들의 숨소리는 더 커지고
나는 읽지도 않는 책장의 허리를 요란하게 넘겨 젖힌다.
줄기차게 껌을 씹어대는 시계소리. 무한한 공전.
시지프스처럼 시침, 분침을 올려 세우지만
자신의 삶을 바꾸지는 못한다.
나는 그 시지프스의 손에 밀려 산꼭대기에서 굴려지는 바위덩이고 싶다
다시 떨어진다해도 다시 올려질 수 있는 바위덩이고 싶다.
그녀가 빠져나간 몸 속으로 고독이 삼투되고
죽음이라도 기뻐할 것 같은 실연이 그립다.
3
오늘 아침에는 엿새나 지난 우유를 마셨다.
다리지도 않은 와이셔츠에 반항하는 것은
호전적인 심장고동이다.
생기가 있다. 내게서 살아있는 것은 오직 그 놈 뿐이다.
대문 앞에는 구겨진 광고지, 젖은 발자욱 난 신문,
내가 어제 울었던가
밤새 잠자지 못했던 텅빈 의식조차도 비의 방문을 알지 못했다.
마스카라한 자의 눈물처럼 구정물이 고여있다.
하지만 그 아래 잠긴 슬픔이 물고기처럼 뛰논다.
배가 아파온다.
한참이 지나서야 상한 우유의 역겨움이 오욕처럼 구토된다.
사랑을 잃을 때도 그랬다. 지나친 무딤.
어쩌면 그것이 내 버릇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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