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詩人-이데올로기(시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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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이데올로기

허무주의에 빠져 있는 한 詩人을 달래려다
서걱거리는 펜 끝에 찔려버린, 굳은 잉크에 물들어 버린
詩人은 眞이를
고골(枯骨)을 닦아내며 세월에 섞인 찌꺼기를 주워내듯
하늘 위 개밥바라기 흰 실을 풀어헤치듯이 조심스레 가슴을 연다.
떨어지는 핏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쓰러지는 동지의 가슴에조차 비수를 꽂아버린
이 시대의 詩人은,
민주주의도 모른 채 어린 眞이에게 자유를 가르쳤다.
그것은 정녕 자아의 상실이자 혼돈의 몸부림이었다.
썩어 가는 인생을 찬양하며 故 천상병 시인의 동심을 비판하며
이제 한 줌 남짓 남은 양심마저 짓밟아버리는
眞이는 참을 수 없다며 참을 수 없다며,
하지만 이 시대의 詩人은,
중환자실이라는 푯말아래 심장 고동에 맞춰 눈만 껌벅거리니
이 시대의 진정한
자유는,
정의는,
그리고 眞이의 민주주의는,
병든 시인의 허무주의에 밀려
남루한 종이조각으로 축축한 쓰레기 더미에 얹혀졌다.
詩人의 핏기가신 얼굴만치나 싸늘한 날씨에
뭇 시인의 한 편의 시를 읽으며 바다를 바라보던
일천 구백 구십 사년 어느 겨울날에는
자신이 쓴 시는 역사라며 강변하던 어는 한 여류시인의 이야기가
얼어버린 眞이의 가슴을 야멸차게도 갈겨버렸다.
眞이는 상처난 가슴을 가지고
집이라는 안락한 공간으로 피신해 오지만
권위주의라는 무기를 가진 한 늙은 詩人에게 가슴이 뚫려 버렸다.
그 늙은 詩人은
천륜이라는 끈의 끄트머리를 잡고 眞이의 가슴팍에 묶은 채
신음으로 조여왔다.
소스라치듯 놀라는 절규하듯 통탄의 외침으로 眞이의 곁을 떨어져 나가는
이 시대의 진정한
자유는,
정의는,
그리고 眞이의 민주주의는
바람을 닮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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