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아버님과 함께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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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향을 피워 놓고 아버지와 함께 누웠습니다
이렇게 곱사등이같이 굽은 허리가 앓는 기척
아버지와 함께 누워 잠을 자본 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모릅니다.
천수답 서 마지기 논 팔아 셋째 세탁소 차려 주었다는 이야기
바같이 문 밖으로
새끼 낳은 고양이가 사람 소리처럼 울고 갑니다
이제 힘겨워서 개도 고양이도 더 먹이지 못하겠다고
아버님 말씀이 소리나지 않게 더덤더덤 지나가고
허리를 똑바로 펴서 반듯하게 눕지를 못하고
아버님이 뒤척일 때마다 신음 소리를 냅니다
잠드신 아버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면
아버지의 온몸이 바로 농촌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숨을 거두면 농촌도 숨을 거둘 것입니다
아버지의 손도 아버지의 발도
아버지의 괭이, 아버지의 삽자루도 모두 죽을 것입니다
나도 죽을 것입니다 그래도 만약 내가 숨쉬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아닙니다
아버지의 순결한 땅기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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