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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로 가득 차
바라보는 것조차 죄스러운
봉선화라 새겨지는
노을 입은 태양이여.
작은 손, 여린 눈빛 싸하게 드러내며
그 끄트머리마다 맺혀 있는
청결보다 고귀한 존재여,
노동자의 짙은 땀내음보다 더 진한 청순의 향내음을 지닌
고결의 눈동자여.
오늘도 네 모습은 베갯머리 속에 가득하다.
2.
어웅한 내 속을 환히 밝히는 넌
겨울나기에 실패한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하늘 위 달빛 머리카락 늘어뜨리는 것처럼
살짜기 눈빛을 드리우는 어리보기.
다붓해도 잡히지 않고
분명해도 보이지 않고
새뜻한 모새처럼 헤기 어려운 마음쓰니.
바보라 사랑의 말도 못 듣는
말 잘하는 귀머거리
3.
형해(形骸)를 갉아먹는 근심덩어리.
언제나 혼자인 듯한 숫된 가슴으로
거친 흙손의 어루만짐에도 느낄 수 있는
하늘 닮은 변덕스러움보다
바람 닮은 음흉스러움보다
산 같은 너그러움을 지닌
다다보살의 생명의 현신처럼
오염된 가슴에 풀을 심는 소연한 그니.
너의 눈에선 언제나
자비의 눈물이 흐른다.
.
하늘을 찔러 쏟아버린 눈물,
넌 이슬을 쓰고 슬픔을 입은
작은 울음이 된다.
견디기 어려운 숨가쁜 너의 초롱은
갈구하는 애무의 향기.
넌 애무에 젖어 헤어진 능금꽃이 된다.
5.
네 눈물을 살결을 타고 흘러
여린 손끝에서 슬픔의 꽃이 되었다.
오늘
그 향기에 취해 자지러지는
내 분신들이 운다.
숨소리에서 풍겨오는 만개한 향내음
코끝을 타고 소리의 샘터에서
소금기 느끼는 얼굴 없는 사심처럼
겪고픈 마음 다 받아주는 착한 이.
하늘이 시기할까 두려운 이쁜이.
.
비는 내려온다.
넌
세상으로 여행 왔다 날개 젖은 천사처럼
안타까운 모습을 지녔다.
젖은 깃 퍼덕이며 정돈하는 신의 자태.
꿈속을 더듬는 듯 흐릿한 나의 인지.
꽃눈 한껏 솟아오듯 솟구치는 연(戀)의 기운.
구경나온 빗물 속에
네 모습이 어리운다.
7.
그림 속의 향기는 빠져나와
네 몸 속에서
고귀의 꽃밭을 만들었다.
멋모르고 달라든 나비하나
정절의 꽃에게 버림받았다.
야멸차게 봉오리를 닫은
그 꽃은,
사멸의 창 사이로
향기를 숨겨
서투른 꿀내음에 취한 바람을
저리도 헤매이게 한다.
.
유리창을 닦는 것은 너를 보려함이니
그처럼 투명해도 보이지 않는 너.
길을 걷는 것은 너를 느끼려함이니
저기 가던 어리운 사슴 같은 너.
귀 밑 보드라운 잔머리 날리는
보랏빛 소묘화 은은한 향그러움.
흔들리는 가지 끝.
9.
바람이 분다.
가슴을 서늘케 한다.
네 머리내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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