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탁자위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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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별 뒤에 후회할 내 모습을 생각하며
그댈 더욱 아끼겠노라 다짐을 하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그대와 와인 한잔 못한 것이 나중의 한이 될까봐
오늘 밤엔 그대를 위해
짙은 포도주 한 병을 준비했습니다.
분위기 있는 클래식은 아니더라도
나의 사랑을 보다 윤기 있게 보이려고
그대의 기분을 포근히 적실 수 있는 음악을 준비했습니다.
그대가 나타날 모습을 상상하며
그대 맘에 남길 수 있는 특별한 말을 준비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그 말을 그대 가슴에 스미게 할 수 있을 것이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대 표정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하지만 탁자 가운데 그대를 기다리는 촛불은 몸이 달아 지쳐만 가고
불빛은 힘없이 죽어만 갑니다.
결국 촛불은 마지막 눈물은 내리며 하얀 한줄기의 연기를
그대 있는 곳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채울 수 없는 그대의 빈 와인잔
채워져 있어도 입술을 댈 수 없는 나의 와인 잔을 탁자 위에 두고
어느덧 시계은 떠나야 할 시간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댈 사랑하는 나의 모습만 확인하며 일어서야만 하는 것 같습니다.
뒤돌아 본 탁자 아래엔 숨겨두었던 장미가 꽃잎 하나 떨어진 채 놓여져 있고
앉지 않았던 한자리와 그 한자리를 기다리던 또 한자리가 마주하며 있습니다.
......
그 장면을 잊기 위해 언제나 전 한 개피의 담배에 불을 붙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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