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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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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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상자...

"병으로 아파하는 사람이 있었어요...몇 년 동안 곁에서 지켜주기만 했던 사람...사랑한다고 말하면 서먹해질까 봐 그냥 편한 친구로만 지냈던 사람이 오늘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진작 고백할 껄 그랬나봐요...사랑한다고..."
"오늘은 강원도 평택시에 사시는 김철씨의 사연 소개해드렸습니다.힘내세요. 떠난 사람 붙잡지 마시고, 이젠 다른 사랑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그럭저럭 라디오 방송이 끝났다.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새벽 2시부터 3시까지 졸음을 참으며, 진행하는 시간이 그래도 내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자는 사람들을 위해 조심스레 계단을 올랐다. 모든 것이 편안하게 잠들어 있다. 심지어는 작은 빛마저도 사라졌다. 말 그대로 어둠뿐이다.
차가운 새벽공기를 마시며 집안으로 발을 옮겼다. 불을 켜니 집안이 눈에 들어온다.
집은 그다지 크지 않다. 작은 텔레비전 하나...컴퓨터와 라디오...등...이것들이 내 전부이다. 씻고 나서 커피 한잔을 들고,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지직 거리며 잠자고 있다고 말하는 텔레비전...이것마저 잠들어 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오늘 사연이 떠올랐다. 백혈병으로 죽은 사람을 그리워 하고 있다는 사연...
사연을 읽는 도중에 눈물이 흘러 내렸지만 목소리를 떨지 않고 차분하게 방송을 진행했다.
이제 눈물 번벅이 된 얼굴과 눈물자국이 선명하게 벤 종이...아픈 추억이 떠올랐다.
난 시골에서 태어났다. 지지리도 가난한 집 사정탓에 학교조차 다닐 수 없었다.
그 시절, 내게는 2명의 누나가 있었다. 하나는 서울에 올라가 공장을 다녔고, 나머지 하나는 집에서 부모님 일손을 돕고 있었다. 어느 날, 집앞으로 큰 돈이 담긴 편지 한통이 왔다. 서울로 간 큰 누나가 보낸 것이었다.
몸 건강하게 잘 있다고...열심히 번 돈이라며...잘 쓰라고...
그 덕에 조금 나아진 우리집 사정으로 나는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돈으로 고민하던 어느 날, 집안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서울로 간 큰 누나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아주 창백한 모습이었다. 누나는 우연찮게도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골수를 주게 되었고, 그 돈 모두를 시골 집에 보낸 것이었다. 그 후 누나는 몸이 많이 나빠졌고, 결국에 자신이 백혈병이라는 병에 걸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누나는 수술비가 많이 든다는 걸 알기에 결국 병원도 가지 않은 채 공장에서 일을 하던 중 쓰러지고 선 다신 깨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눈을 떳다.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닦으며 내 방 서랍안에 종이학이 가득찬 유리상자를 꺼냈다. 누나가 서울에 있을 때 하나 둘씩 접었던 학들...
눈물을 흘리다 나도 모르게 그만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 보니 아침이었다. 모든 것이 활기차고 신선한 느낌...마지막으로 누나가 남긴 유리상자를 서랍속에 조심스레 넣고 돌아서는 순간...흘러내리는 눈물은 나도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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