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보내는 러브장-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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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가는 곳은 ㉠㉧㉢㉣역..
난 지금 만나고 싶어도 만나서는 안되는 사람을 보러 가고 있다.
내 첫사랑의 여인..그리고 억지로 끊어진 사랑의 여인..
그녀를 만난지 2주도 안됐지만,
지금은 만난다는 기쁨 보다는 실로 두려웠다.
긴장감 탓인지 어느 날부터 자주 몹시 배가 아프다.
아마도 그날 이후 부터 일 것이다.
그녀와 마지막 여행을 다녀 온 후,
그날 밤 그녀의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더 이상 그녀를 만나지 못하게 된 그 이후부터 난 모든 것이 끝이란 생각으로 살아왔었다.
그녀를 잊자..그녀는 이제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는 사람..
인연이 다한 사람이라고..
그래서 그날 이후부터는 그녀를 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인가..그녀가 만나자고 전화했기 때문인가..
갑자기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 간절했던 것이다.
내가 가는 곳은 내 집에서부터 2시간 거리에 있는 곳..
가는 동안 계속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이유는 모르겠다.
그 어떤 호러영화보다도 더 무서웠던것으로만 기억되고 있었다.
아픈 배를 움켜쥐고 난 지하철 역을 내렸다.
㉠㉧㉢㉣역...
행여나 그녀의 부모님이라도 만날까 두려웠던걸까..
한산한 저녁 거리를 걷고 보니 더 떨리는 것은 당연했던 것일까.
그녀가 말하길 OO출구에서 내려서 바로 보이는 육교를 건너서 오라고 했다.
마침 앞에 육교가 보이길래 육교를 올라섰다.
반대쪽에서 어떤 여자가 허겁지겁 올라오는게 보였다.
육교를 올라서자 그녀가 먼저 올라와 웃으며 서 있는다.
난 그녀와 반대로 창백해진 얼굴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는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듯이 내게로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옷깃을 잡아 끌어당기며 시간이 없으니 걸어가면서 이야기 하자고 한다.
그리고는 내가 그렇게 무거운 표정으로 있으니까 말하기 힘들다고 웃어보라고 했지만,
역시 웃음이 나올 기분은 아니어서 그냥 묵묵히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 동안 자신도 많이 아프고 괴로웠다고..
부모님에게 맞은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고, 하루에 3시간씩 설교를 듣고 있다고..
목이 메워왔다.
그렇지 않아도 자기 자신을 추스리려고 얼마나 나와 노력했던가..
너무도 쉽게 자살충동을 느끼는 그녀가 그래도 버티고 있다는 생각에 난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이제는 나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웃으며 서 있지 않은가..
그녀는 내게서 받은 러브장을 가방에서 한가득 꺼내 주었다.
그동안 무수한 날을 보내면서 마치 하루도 잊지 않았다는 듯이 가방 가득 채우고 있는 러브장..
그녀는 마지막으로 한번 그것을 모두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내게 주면서 말했다.
"오빠, 우리의 이야기를 꼭 소설로 써줘. 그리고는 이건 내 마지막 편지가 될지도 모르겠다."
무거운 러브장과 함께 나온 작게 접혀 있는 편지지..
그것들을 내게 전해주고는 뒤돌아 버스를 향해 뛰었다.
난 그녀가 버스를 타고, 그 버스가 사라질때까지 쳐다보고 있었다.
러브장은 내 손 위에서 오랜 시간의 무게를 말하듯 내 어깨에 힘을 주게 만들었다.
하지만 난 그 당시 그것을 소설로 쓸 생각은 없었다.
그녀에 대한 미련이 남아 하루에도 몇번씩 그녀를 찾게 될까봐..
하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건..
그 날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후, 한달 반 뒤에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내게 남겨준 말은 이 한마디였고, 그 뒤로는 가끔씩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인데..
내겐 더 이상 어떤 말도 남기지 않고 그렇게 떠났다.
그 소식을 듣고 두달이 넘도록 슬퍼만 하다가 이제 그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려고 한다.
그녀가 하늘에서도 볼 수 있게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사람의 마음의 영혼을 털어서라도 그녀에게 전하리라고..
그녀에게 지금 당장 가지 못하는 것도 그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그녀를 향한 마지막 소원의 첫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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