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비가내리면.1
주소복사

-1-
1세. 한 여름의 어느 날
한심스러웠다. 되고싶은 것은 없었고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장래희망이 있을리가..없지..
어느 날 갑자기 어떻게 사라지거나 한다고 해서
아쉬울 것이 없는 세상이었다.
그렇게 되는 데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느 사이엔가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는 듯..
그렇게 무감각해져 가는 그런 내가 싫었다.
아무 생각없이 목적지로 가는 방향의 반대편에
서 버스를 탔다. 뻥튀기 하나를 들고 살까
하다가 아무래도 내키지가 않았던 터라 그냥 무
작정 올라탔다. 날씨가 굉장히 무더웠으므로
냉방버스 안은 시원했다. 단지..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내 옆에 앉아 있는
외국인이었다. 국적은 모르지만 동남아 사람인
듯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무조건 외국인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 이유없이 사람을 싫어할 정도의 사람은 아
니다. 나..
단지..그 사람한테 풍기는 그 살인적인 냄새를
견딜 수 가 없었을 뿐이다.
엄청난 땀 냄새..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
다. 그 사람을 쳐다보는 것조차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쳐다본다고 해서 자리를 옮길 사람도 아니
었을 뿐더러 그 사람이라고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모르겠는가..그 사람을 쳐다보는 사람은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그 사람도 버스 안의 사람들의 시선을 모를 리
가 없다. 그런 가운데 나마저 그 사람을
제발 그만 내리라는 그럼 메시지를 담은 듯 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관심 없는 듯 그런 행동만을 취하는 것.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별로 들을 마음이
생기지 않았지만 일부러
귀에 이어폰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고..play버
튼을 눌렀다.
누군가의 노래가 흘러나왔다..그렇게 버스는 거
리를 달렸다.
어느사이엔가 외국인의 모습이 사라졌다. 내렸나
보다.
창틀에 턱을 괴고 외국인의 남겨놓은 흔적을 날
려버리기 위해
열어놓은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낀다.
더운 날씨지만 바람만은 그다지 기분 나쁘지 않
았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조용한 여름의.. 오후가 지나간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나의 정적을 깬 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향기였다. 그것은
냄새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그것은...그래서
는 안때0 것 같았다.
신문지를 안고온..아니 신문지에 쌓인 꽃을 한아
름 두팔로 안고...두팔을 사용할 수가 없어서
허리춤에 걸려있는 가방을..몸을 돌려 힘들게 버
스카드를 찍었는 그사람한에게서부터 나오는 향
기.
'삑'하는 소리가 울리고
그녀가 걸어온다. 향기가 나에게 다가온다.
단지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크지않은 키. 어깨까지 오는 웨이브진 머리..퍼
머를 한듯..갈색의 머리카락이
어깨위에서 가지런하다. 피부는..하얀..색..그녀
가 내 눈에 가득 찬다.
단지 배경일 뿐이었던 내 세계에 그녀가 들어왔
다. 그녀는 단지 배경이 아니었다.
그녀는..그녀는..달랐다.
-2-
그녀가 걸어온다. 그녀가 내 세계에 들어온다.
안고있는 꽃이 보인다. 이름을 모르는 꽃..향기
를 지닌 꽃..
나에게서 그 꽃의 이름은 정해졌다. '그녀의
꽃'..그것이 내 안에 자리잡은 그 이름모를 꽃
의 이름이다.
이마에는 땀이 방울방울 맺혀서.. 역시 날씨가
더운 탓이라...아까 외국인의 땀방울과는
비교조차 할수없는..그녀의 물방울..
버스가 떠난다. 갑작스런 출발로 인해 양 손이
자유롭지 않은 그녀의 걸음이 빨라졌다.
그녀가 안기듯..나의 옆자리에 다다랐다.
조심스럽게 의자에 신문지에 쌓인 꽃을 내려놓
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그녀에게서...
그녀의 머리에서..좋은..기분좋은..향기가 난
다. 아찔했다..아..정신차려..나에게 내가 하는
말..
꽃을 내려놓고 그녀는 손잡이를 잡고 서있다. 서
있는 그녀를 보며 아..멜빵바지..참 잘어울리는
구나...생각했다. 그녀에게..신경을 쓰고 있자
니 모든 것이 정지 화면 같이..마치 사진을 한
장한장 넘기듯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내가 힐끔힐끔 쳐다 보는 것을 알았는지..한순
간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아무렇지 않은척..은근슬쩍 그녀의 꽃으로 시선
을 내렸다. 아..속에서는..아마도
붉은 심장이 더 빨갛게 되어버렸으리라..
버스 안은 정지화면처럼 나는 창밖을 쳐다보고
그녀는 중심을 잡고 서서 창밖을 바라본다.
고개를 돌릴수가 없었다. 다시눈이 마주칠까
봐...나와 그녀 현재 중요한 것은 이렇게 두사
람.
창밖은..그 화면이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 보고
있었지만 기억나지 않는 창밖의 풍경.
다시 그녀의 샴푸 냄새가 한순간 꽃향기를
가로지르고 나에게 다다랐다. 그녀가 꽃을 들고
사라진다...배경에서..주인공이 사라져간다.
아..안돼..아직은..아직은 ..안돼..아직은..황급
히 그녀를 따라..내렸다.
모르는 거리..낯설은..풍경..그 거리속에.. 내
앞을 한치 앞서 걸어가는 그녀를 향해 달린다
그녀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녀가 뒤돌아본다.
내가 심호흡을 한다.
뛰느라고 벌겋게 된 내 얼굴을 그녀가 쳐다본다.
"무슨일이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
지 않았다
이어폰은 이미 빠져. 목에서 달랑거리고 있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머리속에서..울리는 한마디..무슨 말이라도...무
슨 말이라도...이상하게 생각할꺼야..무슨 말이
라도..
그런생각들 속에서 나온 한마디..
"아..저. 샴푸 뭐 쓰세요?"
아..정말 숨어버리고 싶어..삐질삐질..흐른다..
땀이..
순간.. 내 주위는 잠시 조용해 졌다 .땅을 쳐다
보고 있던터라 그녀의 표정을 보지..못했다
침묵이 깨졌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크지 않
은..높지도 않은..너무나 당연하단듯이..
"비밀인데요.."
아..비밀..아..비밀이구나..그렇게 밖에 생각이
안들었다.
"아..그러세요..비밀이구나.."
순간..너무 창피하단 생각만 들었다. 벌겋게 된
얼굴이 더욱더..달아올르더니
아..한계..뒤돌아 뛰어야해. 어느새 두 다
리가 달리고 있었다.
왜그랬을까...왜그랬을까..밀려오는 후회..
"여보세요~!잠깐만 .."
멀어져 가는 목소리..아..뛰고 또..뛰었다...
후회로 얼룩진 하루..그래도 그 후회속에..맑은.
청색이 보인다.
그 후 몇일을 나는 반대편에서 버스를 타서 평소
보다 1시간 반 더 걸려
집에 도착한다. 그일이 매일이 되버리자 버스 기
사 아저씨가..슬슬..눈치를 준다
어쩌면 어쩌면..정말 운이 좋으면..다시 볼수 있
을지도 몰라.
어쩌면 이라는 단어에 기대를 걸고 어언 2주일
잠깐 졸았나 보다. 흔들림..버스가 흔들리는 건
가...아니다..버스가 흔들리는것보다는
약한..누군가 흔들고 있어?! 무거운 눈꺼풀이 올
라가자...보이는 것은..
아..내 어쩌면..이..이루어졌구나..
잠시 멍해있는 나에게..들려오는 그녀의 목소
리 .
"이봐요. 학생.? 학생맞나..?"
아..아직은..살만하구나..이세상.. 이제 정신차
려..이것도 내가 나에게 한말
그녀와의 두 번째 만남..
한여름에 다가온 최초의 행운.
0개의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