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런 인생, 저런 인생 많은 세상일들 소설로 남겨주세요
존재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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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와 선경은 한동네에서 살았다. 충청도 청양. 그야말로 시골이었다. 사시사철 그들을 즐겁게 하는 놀이감들이 풍부했고 걱정거리 없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생활이 그들을 시골이 불편한 곳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남수야. 우리 멱 감으로 안 갈래?"
"싫다. 울 엄마가 개떡 해 준댔다."
"싫음 말구."
"아니, 그런건 아니구... 에이! 나도 모르겠다."
남수는 항상 이런 식으로 선경에게 끌려 다녔다. 양화천으로. 양화천은 동네를 가로지르는 개천의 이름이다. 너무 깊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얕지도 않은... 우리네 어린 시절이 그랬다. 아무런 장난감도 없고 놀이터도 없었지만 자연이 훌륭한 친구가 되어주었고 장난감이며 놀이터가 되어 주었다. 그 어떤 것보다도 훌륭한...
한여름이 되면 양화천은 동네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지금은 복개공사를 해서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곳이지만 그 시절엔 그곳에 가면 마냥 즐겁기만 했다. 둑위에 수북하게 자란 풀들은 아이들이 끌어다가 묶어놓은 소들을 온순하게 길들여 주었기에 방과후에는 소를 끌고 양화천으로 모이는 것이 그들의 일과의 한 부분이 되어 있었다.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겉옷부터 속옷까지 벗어제치고 알맞은 깊이로 흘러주는 물속에 몸을 담갔다. 양화천은 그들에게 더없는 축복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개천을 가로지르는 철길도 양화천이 그들에게 주는 큰 선물 중에 하나였다. 깎아지르는 절벽을 사이에 두고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있는 판자위에 철로가 조심스럽게 자리잡고 있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학교를 갈때면 철길을 건넜다. 물론 개천바닥에 징검다리가 있었지만 아이들은 징검다리를 건너는 사람을 겁쟁이라고 놀렸다. 국민학교 1학년. 막 살이 된 코흘리개도 울면서라도 철길을 건너려고 기를 썼다. 선경과 남수도 매일을 그 철길을 건너 등하교를 했다. 그 축복의 다리를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양화천은 그들을 묶어주는 끈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선경의 집은 농사일을 그만두고 조그만 과수원을 샀고 남수의 집은 땅과 집을 팔아 시내에 양장점을 냈다. 아쉽게도 둘은 철길을 지나는 기차를 타고 함께 중학교를 가는 기회를 잃고 말았지만 다행히도 같은 중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거기에 같은 교실에서... 물론 공부보다는 노는 일이 그들을 더욱 즐겁게 했다. 가끔은 양화천에 가기도 하고 가끔은 빵집에서 수다를 떨어보기도 했다. 아버지 자전거를 훔쳐타고 들길을 달리기도 했다.
"우리 자건거 타러 가자"
"안돼. 아버지 한테 걸리면 어떻하려고?"
"사내 대장부가 뭐 그러냐? 이 쪼다야!"
"뭐라구! 이번이 마지막이야."
그렇게 선경은 남수를 부축여 자전거 뒷자리를 차지했다. 자전거를 타다가 남수 아버지께 걸리면 양장점 앞에서 한시간을 넘게 손을 들고 벌을 서야 했지만 아랑곳없이 자전거는 그들의 차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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