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나라 토끼와 착한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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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추운 겨울입니다. 모든 것들은 벌거벗고 세찬바람은 마구 휘젖고 다니며
본때를 보여주고 즐거워 합니다. 세상은 어둡고 사람들 표정은 지쳐서 무기력해지고
습관처럼 한곳만 바라보며 구원을 기다리고 있읍니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려고 작정한
사람들이 되어갑니다. 지하철 계단에 엎드리고 누워있는 "행아"는 벙거지 모자 밑으로
시린바람을 어쩌지 못하고 두손으로 꽈악 눌리고만 있읍니다. 소쿠리에는 몇푼의 동전이
말없이 "행아"를 쳐다봅니다. 그리고 누워 있는 엄마가 보이고 울고 있을 동생 생각에 슬핏
동그란 눈망울에 맺혀지는 슬픔은 어쩔수가 없읍니다. "행아"는 초등학교 삼학년을 다니다가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 버리고 행상을 하시던 어머니마저 시름시름 앓던 지병으로
누워버려서 학교도 자연 갈 수 없게 되었읍니다. 남동생 "아름"이는 항상 집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불쌍한 처지가 됩니다. 친구도 없는 단칸방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음악삼아 노래도 곧잘
부르고 무릎을 괴고 앉아 하루종일 저만 기다립니다. 추운 겨울이면 높은 지대여서 더욱 춥고
견딜 수 없는 삶이 지루하게 이어집니다. "행아"는 꿈을 꿉니다. 건강하게 웃는 엄마와 동생 "아름"
이와 놀이동산에서 즐겁게 놀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그런 아름다운 꿈을 기다립니다.
갑자기 누군가 동전을 넣어 주고는 지나갑니다. 신발 끝만 봐서 열심히 생활하시는 아저씨라는
것을 알고 더욱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젠 더 추워져서 엎드려 있을수도 없어서 잠시 일어나 뜀뛰기를
하고 시린 손을 마구 비벼 봅니다. 순간적으로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도 있지만 그건 지금뿐입니다.
"행아"는 남부럽지 않게 부모님 손을 잡고 가는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 너무나도 행복해 보여서 자신의
초라한 행색을 부끄러워 감추고 싶어하게 됩니다. "아름"이를 생각하면 아랫입술을 깨물고 추운 바닥에
몸을 눕혀 손을 내밀어 봅니다. 주위는 더욱 어두어져서 캄캄해지면 퇴근하려는 사람들로 우왕좌왕하지만
"행아"를 보면 가끔씩 지친음성으로 "많이 춥겠구나?" 하면서 지폐를 넣어줄때면 "행아"는 그 따스한 손길에
목이 메여 "고맙습니다" 하고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말하게 됩니다. 추운 겨울은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이
눈에 많이 보입니다. 거리의 부랑자들도, 무엇이든 기도해야 된다고 외치는 사람들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추운 겨울은 서로가 서로를 감싸안으며 사랑을 느껴야 된다고 "행아"는 생각합니다.
"아름"이가 앉아 있다가 "행아"를 보며 반가워 합니다. 노란 전구가 " 아름"이의 얼굴을 더욱 얼룩지게 만듭니다.
"행아"는 미지근한 붕어빵을 "아름"에게 건네 줍니다. 그렇게 기뻐하는 얼굴을 대할때면 "행아"는 가슴이 저도 모르게
시큰해져옴을 마구 느낍니다. 방안에 들어가서 엄마에게 "행아"는 언제 그랬냐는 표정으로 " 엄마! " 하며
친근한 미소를 보여 줍니다. 누워만 있는 엄마도 "행아"의 눈을 들여다보며 "행아니!"
하며 웃어 줍니다. 단 한마디에 모든 근심걱정은 사라지고 "행아"는 가만히 엄마 손을 "행아" 얼굴에
부빕니다. 그러면 엄마는 말없이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아름"이는 붕어빵을 조그만 손에 들고서
엄마에게 보여줍니다. 그 어린 "아름"이도 제 몫을 하려합니다. 내일은 더욱 힘든 시련이 버티고 있겠지만
오늘 우린 단칸방에서 서로의 몸을 녹여주며 행복함을 느낍니다. "행아"는 스르르 감기는 눈을 어쩌지 못하고
달나라로 갑니다. 아름다운 달나라에는 토끼가 절구통을 찧고 있다가 "행아"를 보며 반가워 합니다.
아빠도 토끼 옆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행아"를 봅니다. "아름"이는 맛있는 과자를 먹고 뛰어놀고 있읍니다.
엄마는 달빛의 그윽한 미소로 우리 가족을 바라보고 있읍니다. "행아"는 행복해서 자꾸만 눈물이 흐릅니다.
달나라에 있는 토끼는 "행아"를 "착한 아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모든 세상은 아름다운 달빛으로 물들고 추운 겨울
은 사라져 버립니다. "행아"는 그렇게 마냥 달나라에 살고 싶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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