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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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일학년 칠반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씀을 모두 잘듣는 귀여운 아이들 입니다.
그러나 유독 말썽장이 " 건데기 "는 하나같이 선생님도, 반 아이들도, 어여쁜 영아의
프릴 달린 원피스와 빨간 리본 구두도 베베 꼬인 소라고동처럼 싫을 뿐입니다.
안경끼고 코가 납작한 담임 선생님은 종례시간에 오늘 떠들은 "건데기와 말없고 항상
체육시간마다 잘 뛰어 놀지 못하는 비실이 창수" 만 남아서 있으랍니다.
" 건데기 "는 창밖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 비실이 창수 "를 곯려 주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
참을 수 없읍니다. " 비실이는 달리기도, 축구도, 야구도, 하물며 싸움도 못하거라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속이 안달거렸읍니다.
창밖에는 재잘거리며 뛰어 노는 우리반 아이들도 몇몇 보입니다. " 비실이 창수 "는 꼼짝도
않고 축구공을 쫓고 있는 아이들만 봅니다. " 건데기 "는 한번도 느껴보지 않은 슬픔에 가만히
" 비실이 창수 "를 쳐다 봅니다. 뜨거운 늦여름의 칠월은 교실 창문을 통해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합니다. " 건데기 "는 차가운 아이스크림 생각에 정신을 잃고 선생님이 들어 온것을
모릅니다. 납짝코 선생님은 키도 작고 머리도 돌돌 말려서 아직도 노총각 신세 입니다.
조마조마하게 서 있는데 " 납짝코 선생님 " 은 뜻하지 않게 " 이제 부터 창수와 같이 집에
가야 해요! 창수가 집은 까깝지만 ... 부모님이 일을 하시기 때문에... 창수와 함께 집에
갈 수 없어서 그러거든... 몸이 약한 창수를 네가 같이 가주렴 " 그리고 또 한번 " 널 믿어,
부탁한다! " 어리둥절한 " 건데기 "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싱긋 웃음 짓는 " 납짝코 선생님 "
을 뒤로 하고 " 비실이 창수 " 와 함께 다정하게 나와야만 했읍니다.
타박타박 앞서 걸어가며 " 건데기 " 는 괜시리 볼멘 소리로 " 야! 집은 어디야 ? "
" 비실이 창수 " 는 대꾸도 않고 묵묵히 걸어만 갑니다.
" 건데기 " 는 또 한번 으으렁 거리며 " 집이 어디냐니까 !! "
" 비실이 창수 "는 손가락으로 시늉만 하고 내립니다.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너무 후끈후끈해서 걸어가다 앉아 버립니다. " 건데기 "도 주저앉아 버립니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또 먹고 싶어서 " 창수야! 아이스크림 먹을래? "
" 비실이 창수 " 는 처음으로 함박웃음 지으며 " 아이스크림 먹자 ! " 하고 자기 몸보다 더
큰 가방을 내리며, 주머니에서 천원을 꺼집어 냅니다. " 건데기 "는 그 돈을 가지고
아이스크림을 사온다며 부리나케 " 비실이 창수 "를 놔두고 뛰어 갑니다.
" 초롱 문구점 " 에서 신기한 것도 이것저것 구경하는 " 건데기 '는 입안에 가득 고인
맛난 아이스크림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마냥 즐겁습니다.
아차 싶을때는 " 비실이 창수 " 가 집에 가버렸다고 생각 했읍니다. 하늘은 금방 어두어둑
해지고 빗줄기마저 시원스레 한바탕 내립니다. " 건데기 "는 부모님에게 늦게 왔다고
꾸중을 들어도 아까 " 초롱 문구점 "에서 재미나게 본 " 모형 비행기 " 생각 뿐입니다.
숙제도 못하고 늦잠을 자서 헐레벌떡 학교에 도착 합니다. 웅성거리는 우리반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질즈음 "납짝코 선생님 " 이 들어오며 " 오늘 창수가 아파서 못나옵니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할지도 몰라요... " " 건데기"는 " 납짝코 선생님이 야단칠것만
같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읍니다. 그러나 아무런 말도 더이상 없고 교실문을 열고
나갑니다. " 건데기 " 는 산수시간에 숙제를 안해서 교실 바닥에 앉아서 수업을 들었읍니다.
" 건데기 "는 " 비실이 창수 " 의 함박웃음이 계속 떠올라서 눈물을 흘립니다.
처음에는 눈물만 흐르다가 참을 수 없어서 두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큰소리로 울었읍니다.
당황한 선생님은 " 어디가 아프니? 어디가 아픈거야?...... " 우리반 아이들도 동그랗게 눈을
굴리며 바라만 봅니다. 프릴 달린 원피스에 빨간리본 구두 신은 영아가 한마디 거듭니다.
" 선생님, 화장실 가고 싶은가봐요? "
산수 선생님은 " 화장실 가고 싶어서 그래? 그럼 화장실에 갔다 와 ! "
" 건데기 "는 벌떡 일어서며 " 예 ! " 대답하고 교실문을 나옵니다.
교무실로 " 건데기 "는 열심으로 뜁니다. 눈부시게 하얀 격자창을 뒤로 한채 우리 " 납짝코 선생님 "
이 보입니다. " 건데기 "는 두 볼이 빨개진 것도 퉁퉁 부은 두 눈도 잊은 채 " 납짝코 선생님"
에게 " 비실이 창수" 가 그렇게 된 것은 " 아이스크림 사먹고 비행기 구경하다가 .... 비가 와서
... 그냥 집에 가서.... 잘못했어요 .... 오늘 창수한테 가서 ... "
" 납짝코 선생님 "은 빙그레 웃으며 " 건데기 "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 알았다 " 고
" 수업 마치고 같이 창수한테 가자! " 약속해 줍니다. " 납짝코 선생님 "은 " 건데기 " 의
손을 잡고 나와서 수돗가에서 얼굴을 씻어 줍니다. 그리고 하얀 타월로 닦아도 줍니다.
" 건데기 " 는 처음으로 " 납짝코 선생님 " 을 좋아하게 됩니다. 이 세상에 부모님 다음으로
" 납짝코 선생님 " 이 좋아졌읍니다.
" 비실이 창수 "는 " 건데기" 를 보고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보다가 " 미안해 ....
나 때문에 아픈거지 ..... 창수야! 이젠 나하고 같이 집에 가자! "
" 비실이 창수 " 는 말없이 있읍니다.
" 좋아! ... "
" 건데기 " 는 뛰어서 " 비실이 창수 "를 와락 안았읍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 납짝코 선생님 " 을 보고, " 비실이 창수 " 도 보며, 한바탕 크게
같이 웃읍니다. 제 친구 " 건데기 " 참으로 멋진 사나이가 되어 있을 겁니다.
이젠 " 추억의 앨범 " 도 덮어야 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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