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세요
엄마의 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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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비가 온다고 엄마가 전화 했다. 화분에 물 좀 듬뿍 주라고.
알 수 없다. 온갖 화분은 공기정화가 된다며 엄마가, 동생이 가져다 줬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도 힘드는 데, 왠 꽃잔치냐며 핀잔을 줘도 마다 않고
책상 위에도, 컴퓨터 모서리에도, 방안 이쪽저쪽에도 자잘한 이름모를 꽃들을
콕 콕 놓아두고 갔다. 언제나 내가 가진 모든 것들에 불만을 불철럼 활활 타올라도
끄떡 없던 엄마도 요 며칠간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전화를 하지 않다가 일요일
에 전화를 했다. 직장이 너무 멀어서 옮겼던 집이 이젠 너무 편해서 오라가라 하며
참견하는 가족에게 지쳐가고, 회사에서도 돌림바퀴 다람쥐족이 되어 힘에 부쳤다.
일요일은 무엇보다도 잠이 우선으로 되어 있던 나의 일상생활에서 비가 온다며
화분에 물을 주는 것은 정말 짜증이 나는 일이다. 그래도 숨을 죽이고 "네!" 하고
순종하는 음성으로 재빨리 끊었다. 처음으로 방안이 어둡다는 것을 알았다.
시계바늘은 오후 한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침대 머리맡에서 한참을 꼼지락 거리다가 벌떡 일어났다. 머리를 질끈 묶고 화장실로
들어가서 재빨리 세수만 하고 안경을 눌러 섰다. 창문을 열었을 때는 허기가 져서 꽃은
의식에서 사라져 버렸다. 간단히 빵을 주섬주섬 주워 먹고 우유를 마시며 잊었던 화분을
하나씩 바라 보았다. 잎마다 축축 처져서 의식불명이 없는 환자가 되어 나를 원망하며
묻는 것 같았다. 까닭없이 울컥 가슴이 시렸다. 작은 잎만 한 가득 있는 바이올렛은
물을 뿌리는 대로 선명한 칠을 한것 만큼 잎사귀가 살아났다. 파키타는 덤성덤성 잎이
축 처진 날개마냥 하고 있다. 정말 미안하다. 내가 몹쓸짓을 한 거 정말 미안해.
장미도, 이름도 모르는 화분을 향해 다시 정화되는 순수한 마음을 찾아서 행복해졌다.
어지러워진 방안을 정리하며 그 동안 꽁해 있던 내 자신도 한결 가볍게 청소했다.
남자 친구와 결별한 이유도 어쩌면 나의 들어올 수 없는 마음의 벽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
깊이 반성을 하게 된다. 시간의 여유로움을 잃어 버린 순간부터 이런 자포자기식으로
변해간 것 같다. 좀처럼 헤어날 수 없는 블랙홀을 떠돌며 갑자기 미로에서 빠져나온
나를 구원한 엄마의 사랑을 비오는 날 화분에 물줄기를 주며 생명의 빛을 느꼈나 보다.
더욱 거세어진 빗줄기가 창문으로 날쎄게 달려 들었다. 늦여름은 나의 정체성을 찾아주러
비처럼 왔다. 삶은 괴로움의 연속일 수도 있고, 행복의 줄타기도 될 수 있다.
작은 화분들이 아름다운 여성으로 앉아 있었다. 그 속에 나도 즐거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 우리를 잊었다면 정말 슬펐을 거예요!
고마워요! 이젠 정말 행복 해요.
전화 벨소리에 흠짓 놀라며 일어 났다. 또 엄마가 지금 몇 신데 자냐며 횡설수설 했다.
그래도 이상하도록 마음이 홀가분 했다. 산다는 건 정말 이런 것일까?
- 너, 화분에 물 듬뿍 주라니까 !!


고마워요! 이젠 행복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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