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바랜 일기 - 그들의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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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연주회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아주 특별한 친구들을 소개해 드릴께요. 이 친구들은 제가 열일곱살이 되던 해에 만났어요. 이미 알고 있다구요? 그렇다면 당신은 굉장한 행운아 이거나 굉장한 불행아 이겠네요.(웃음)
이 친구들은 밤 늣은 시간이 되서야 깨어나는 잠꾸러기들입니다. 이제 그들을 만나러 가볼까요… 노랗게 부푼 뺨을 내민 이 친구는 달님이에요.
달님 : 안녕~~ 친구들!
풍성한 노란 뺨 만큼이나 느긋한 달님은 다정한 할아버지 같아요. 말투가 굉장히 느리거든요.(웃음)
별님 : 안녕하세요 달님, 가로등 아저씨!! ^.^
별님은 참 예뻐요. 작지만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거리거든요.
가로등: 하하ㅅ--오늘은 두 분다 오셨군여!
가로등 아저씨는 아랫배가 나와서 다리가 짧아요. 한뼘도 안되는 다리에 커다란 신발을 신고 있지만 의외로 잘 달리고요 장난이 가득해서 매일 일을 저지르지요.
달님 : 이렇게 멋찐 ~~ 날씨는 드물지 ~~ 바람 아가씨들도 놀러 나왔나봐 ~~
쿠쿠쿠 …달님의 말이 너무 느려서 별님과 가로등 아저씨는 벌써부터 딴 짓을 하는군요.
별님 : 아저씨 그게 뭐에요?
가로등: … … .
달님 : 나 ~~ 저거 알아. 인간들이 쓰는 ~~ 피리라는 거야. 그치?
가로등: 으 … 으응.
대답하는 말투가 아무래도 자신이 없는가봐요. 피리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펴보네요.
별님 : 연주할 줄 알아요?
가로등: 몰라… 아까 우림이 아줌마가 버리고 갔어.
달님 : 내가 ~~ 어떻게 부는 건지 ~~ 알려 줄게.
가로등: 정말여? 달님은 모르는 게 없는 거 같아여.
하늘에 있으면 뭐든지 다 알게 되나봐여…
달님 : 후후 … 부는 걸 봤거든. 그 피리에 ~~ 구멍이 보이죠? 그 구멍들을 ~~ 손가락
으로 ~~ 막아봐요.
가로등: 이렇~~~게여?
달님 : 으응~~ 그렇게. 그리고 한쪽을 ~~ 입에 대고 ~~ 불면 되는 거야.
가로등: 입에 갖다대여??
달님 : 아니~~ 그 반대 쪽을 입에 대야지.
쿠쿠쿠 … 피리 하나 가지고 어쩔 줄 모르는 가로등 아저씨도 그렇지만 어설픈 설명을 하는 달님도 너무 우숩네요. 제가 그냥 가르쳐줘 버릴까요? (웃음)
가로등: 이렇게여?
달님 : 그래, 그렇게 ~~ 이젠 후우~~ 하고 불어봐.
삐이이이------------
별님 : 으악! 시끄러워. 사람들이 이런 소릴 좋아하진 않을 텐데 …
달님 : 이건 ~~ 소음이야. 좀 더 ~~ 소리를 가다듬어야 해요 ~~ 무턱대고 훅훅 불지 ~
말고 ~~ 음 ~~ 그러니까 ~~ 생명체에 생명을 불어 넣듯이 ~~ 입을 모아서 ~~
정성들여서 ~~ 불어야해 ~~
가로등: 하지만 난 생명체에 생명을 불어넣어 본 적이 없는걸여.
맘대로 되지 않으니까 화가 났나봐요. 피리를 휘휘 돌려대면서 툴툴거리기 시작하네요. 가로등 아저씨의 궁시렁은 아무도 못 막거든요.
별님 : 그래도 … 그 정도면 처음 하는 거 치고는 썩 잘하는 거잖아요.
가로등: 정말? 정말 그렇게 생각해여 별님?
보다 못한 별님이 얘써 가로등 아저씨를 격려하려고 거짓말을 하네요. 달님은 별님의 맘을 다 아는지 째려보지만 가로등 아저씨는 정말로 별님의 그 한마디에 힘이 나는지 피리에 다시 입을 갖다대고 있어요.
달님 : 글쎄 ~~~
별님 : 잘 … 잘 하는 거 잖아요 … 그쵸?
달님이 아무 말이 없자 가로등 아저씨는 몹시 실망을 했나봐요. 보세요 저 축 쳐진 어깨를 …
달님 : 너무 상심하지 마 ~~ 별님의 말이 ~~ 맞아. 가로등 아저씨는 피리를 잘 불어
달님은 정말 배려심이 많아요. 거짓말을 하면 아침이 와도 잠도 못자고 벌을 서야 하는데 가로등 아저씨를 위해 웃으면서 말하고 있잖아요.
신이난 가로등 아저씨는 연주를 시작했답니다. 흥에 맞춰 달님은 하프연주를 하고요 별님은 예쁜 노랠 부르네요. 이 친구들이 얼마나 즐겁게 연주를 하는지 바람 아가씨들이 모여 들었어요. 그런데 깊은 잠을 자던 사람들이 밤의 소란함에 깨어 밖으로 나오고 있어요.
이런 … 어떻게 하죠. 달님과 별님과 가로등 아저씨의 연주가 사람들에게는 소음이란 걸 모르고 있거든요. 어쩔 수 없이 저도 귀를 막고 있어요. 너무나 귀가 아파서 …
달님과 별님과 가로등 아저씨는 사람들도 신이나서 밖으로 나온 줄 아는지 더욱 흥겹게 연주를 하는군요.
사람1 : 달이 미쳤나봐!!
사람2 : 흉년이 들려나 별이 노래를 다 하네… 쯧,쯧,쯧…
사람3 : 가로등을 바꿀 때가 다 됐나봐 …
우림이 아줌마: 엥? 내가 버린 피리가 왜 가로등 위에 있는 거지?
저기에 있다가 떨어지면 애들만 다칠텐데…
사람들의 매몰찬 비난에 슬퍼진 달님과 별님과 가로등 아저씨는 연주를 멈춰버렸어요. 저도 귀를 막았던 손을 내렸지만 … 별님이 울고 있네요. 가로등 아저씨는 우림이 아줌마한테 피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피리를 든 손을 머리위로 올리고 있구요. 한참을 실랑이를 하던 우림이 아줌마가 가로등 아저씨의 배를 두어번 발로 뻥뻥 찼지만 가로등 아저씨는 끝까지 손을 내리지 않았어요. 가로등 아저씨의 고집은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갔지만 저의 친구들의 축쳐진 어깨는 돌아오질 않네요. 친구들 한테 너무 미안하네요 … 물론,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려고 한 일인데 몰라줬으니 말이죠.
가로등: 인간들은 정말 못 됐어여!!! 담엔, 절대로 피리 불어주나봐여!!!!
별님 : 흑흑흑…
달님 : … … .
가로등: 인간들이 미워여!!! 인간들이 미워여!!!!!!!!!
얼마나 화가 났는지 조그만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가로등 아저씨가 고함을 지르네요. 제가 가서 달래줘야 겠어요. 지금은 저렇게 화를 내지만 그 결심들이 지켜 질까요?
왜냐하면 이 친구들은 인간들을 너무 사랑하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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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봐주셔셔 얼마나 기쁜지 몰라여 ^.^
해련언니 넘 고마워여 ~~ 한청담님도 고맘구요
어줍잖은 글 퍼가주셔서(?) 고마워여 비천님.
건필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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