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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는 동화-'사랑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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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의 사랑..-슬픈 사랑 이야기1
제가 있는 곳은 무척 깜깜합니다.
이곳은 좀처럼 빛이 들어오지 않죠.
그래도 난 운이 좋아서 살아 남았어요.
보통사람들은 '사랑니'를 별로 좋아하지 않나봅니다.
얼굴을 조금 들어 올리자 마자 무시무시한 기계로 뽑아버린다더군요.
사랑니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죠. 가장 구석자리에서 몰래 자라는 지라 잇몸과 볼을 무척 아프게 하니까요.
순수한 사랑을 기대하는 사람들일지라도 다 자랄때 까지 기다리기란 견디기 힘든 고통이겠죠.
물론 저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걸 밝힙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런 고통없이 자라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겐 아예 나지 않기도 한다더군요.
여하튼 저는 얼굴이라곤 한번도 본적 없는 어떤 사람의 입안 제일 구석자리의 '사랑니'입니다.
난 친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워낙 외진 곳이라서...위에 있던 사랑니는 벌써 뽑혀져 나가고 오래전 부터 살고 있던 내 옆의 '어금니'가 고작입니다.
무척 좋은 친구죠. 그 친군 내가 자라는 동안 '이'가 해야하는 일들에 관해 많은 것들을 가르쳐 줬습니다. 그는 무척 부지런하고 성실했지만 조금은 따분한 사람이기도 했죠.
우린 움직일 수 도 없고 매일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동안 입안에 병이 생기거나 충치가 생기거나 하는 일 따위를 빼면 그리 특별한 일이 없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내가 이 친구의 키만큼 자랐을때 전형 예상치 못한 세상을 발견했습니다. 멀리서 쏟아지는 빛들에 전 무척 놀랐죠. 이 사람이 활짝 웃던 빛 좋은 어느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처음 보았습니다.
나와는 전혀 다르게 생긴 앞니였습니다.
뽀얀 살결의 그녀는 눈부신 햇살을 반투명하게 비춰 냈습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그녀..
어금니는 음식을 잘게 으께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평생 해야하는 일이죠. 아름다운 그녀가 정성스레 잘라놓은 음식을 또 한번 손질합니다.
늘 한결같이 꼼꼼하게 잘라주는 음식물들에서 그녀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너무나 행복하게 일을 했습니다. 그녀와 함께 이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10년이 지나고 20년도 훨신 넘게 지났습니다. 그간 작은 사고가 나서 이가 부러지는 일도 있고 충치에 걸려 금니가 은니가 새로 이사 올때도 있었습니다. 그럴때 마다 얼마나 맘 졸이며 기도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그녀는 멀리이긴 하지만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
가끔 쉴 틈을 타서 그녀에게 수줍게 말을 걸어 보지만 너무 멀어 그곳까지 들리지는 않나봅니다.
아무래도 그녀는 빛이 들어오는 바깥세상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그러한 그녀 모습이 그저 측은해 보이기도 하고 도도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먼 곳에서 희미하게 바라볼수 밖에 없었지만 아주 가끔씩 그녀가 나를 좋아해 줄지 모른단 생각을 했습니다.
평생을 그녀만 바라보며 사는 난 그런 상상조차 하지 않으면 더욱 견디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처음 그 설레임들은 조금씩 무뎌져 갔지만 알수 없는 그리움들은 잇몸 저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어 아프게 했습니다. 욕심일까요?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
도저히 이데로 가만히 있을순 없습니다. 그녀와 내가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건 압니다.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할때부터 알고 있던 것이었고 변하지 않을 일입니다.
난 그저 그녀를 사랑할 뿐입니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만 할수 있다면....... 이 생각을 하면서부터 나는 앓기 시작했습니다. 깨끗하게 씻기가 힘든 구석자리인지라 충치들의 공격이 쉽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그녀에 대한 생각들이 너무 많이 밀려와서 다른 것들은 생각할 수 조차 없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데로 있다가 이자리에서 죽어버려서 그녀를 한번도 못볼까 두렵습니다.
밤새 울었더니 잇몸이 퉁퉁 부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그 험상궂게 생긴 이빨 뽑는 기계가 들어왔습니다. 무서웠냐구요? 조금은요. 하지만 오히려 기뻤습니다. 이제 그녀를 가까이서 볼 수 있을테니까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숨이 끊어질때 난 내 자리에 많은 애착이 있었음을 깨닳았습니다. 무척 고통스러웠으니까요. 하지만 이 모든것을 견뎌낼수 있습니다. 그녀를 볼때까지만 그 순간까지만 살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사랑한단 그 한마디를 전할수 있다면.......
쉽게 잘 뽑히진 않았습니다. 피도 많이 흐르더군요. 그리고 찝게에 들려 그녀에게로 조금씩 다가갔습니다. 그녀에게만 비취던 빛이 내게도 내려 앉습니다. 놀랍게도 그녀는 내쪽을 향해 보고 있었습니다. 정말 예쁜 눈으로 나를 바라봤습니다. 금세 눈물이 떨어질것만 같습니다. 무언가 말하고 싶어하는 표정이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빛이 무척 따사롭습니다. 온몸에 힘이 다 빠져 나가는 듯 했지만 마지막 힘들을 모았습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너무 작은 목소리라 그녀가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온세상이 하얗게 되어갑니다. 그녀의 슬픈 눈빛이 다시 한번 되살아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내 마지막 말이 메아리 치는 것인지 그녀의 입술에서 나온 말인지..하얀 세상속에 가득히 울립니다.
난 지금 너무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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